Peeping@theWorld/Days Traveling 2007/02/15 02:29 WallytheCat
어느 덧 시간이 지나 점심 때가 되었다. 여행사에서 준비한 카레소스에 푹 담근 닭고기, 샐러드, 밥, 빵 등으로 간단한 점심식사를 했다. 객지 생활을 오래 한 나같은 사람이야 먹을만한 식사였지만, 나머지 친구들은 향이 짙은 푸실한 밥을 먹지 못한다. 정말로 배가 고팠다면 모두 맛있게 먹었을 지도 모르지.
한낮이 되어 해가 중천에 걸리니 산들의 모습에 그림자가 사라져 아침보다는 좀 덜 입체적으로 보인다. 그래도 바다는 여전히 그 푸른 빛을 잃지 않는다.
작은 배 하나가 길을 멈추어 서서 낚시질을 한다. 옥빛 영롱한 물 위에 놓인 배는 아주 낭만적으로 보인다. 저 작은배에 그대와 내가 단 둘이 앉아 낚시질을 해야 그림이 제대로 되는 것 아닌감. 남편과 저런 풍경에 단 둘이 앉아 낚싯대 드리우고 앉아 있을 날 있으려나.
오전에 돌고래를 보았던 근방에 다가오자 다른 배들이 돌고래를 보기 위해 배를 멈추고 기다리는 게 보인다. 미안한 말이지만, 멀리서 다른 배를 보니 마치 표정없이 주저앉은 난민선과도 좀 닮아 보인다.
오후에도 여전히 돌고래들은 그 부근에 있었다. 돌고래들은 그냥 그곳에서 사는 걸까. 멀리까지 다니러 갔다가도 다시 그곳으로 돌아오는 걸까. 쉴 때는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쉬는 걸까. 녀석들, 많은 걸 궁금하게 하네.
늦은 오후가 되어 해가 조금 떨어지자, 아침과는 또 다른 대조를 이루며, 산과 바다와 하늘빛이 각기 다른 정도의 명암을 담아 다양한 청색을 드러낸다. 아침 햇살로는 눈부시게 신비한 풍경을 자아냈다면, 오후 늦은 시각에는 그 장엄함을 드러냈다고 해야 할까.
그 다양한 푸름을 풀어내기에 내 어휘의 한계가 느껴진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던가. 사진으로 백 번 보면 뭣하겠나, 한 번 보면 그저 알게 될 것을... 그래도 내가 '아' 하고 감탄사를 한 마디 내지르면, 그 '아' 소리 속에 이 풍경이 담은 수 백 가지 다른 푸름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는 의미를 공유할 사람이 하나쯤 있으면 좋긴 하겠다. (뭔 소리여?)
오만의 한 끝을 잠시 둘러보며 느낀 것은, 보다 야무지게 생긴 듯한 이 오만 사람들은 '일'을 한다는 거다. 내가 사는 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일을 하지 않는 거만한 모습으로 내게 각인된 데 반해, 오만 사람들은 '오만하지 않게도' 곳곳에서 일하는 모습이 보인다. 일을 하는 아랍인이라... 이것만 해도 내겐 신선한 충격이다. 활력이 있어 보여 좋다. 일을 한다는 건 삶에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거니, 다분히 생산적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전해 준다. 단지 그 점 때문에라도 호감이 가는 걸 어쩔 수가 없다.
낚시를 하는 부자의 모습이다. 허연 이를 드러내며 미소를 짓는, 그물을 만지는 아빠와 자못 심각하게 운전대를 잡고 있는 아들이 둘 다 귀엽다. 어린 아들이 무면허인 건 확실하지만, 잘 해내고 있는 것 같으니 눈 감아주자.
저만치 보이는 배 위에는 어른이 단 한 명도 없이 모두 어린 아이들 뿐이다. 다른 세상에서 아이들이 다른 걸 하고 놀 때, 이 아이들은 바다 위에서 고기잡이 놀이를 하며 노는 모양이다. 모두 신이 나서 그물을 당기고 있다. 그물 속엔 무엇이 잡혔을까 궁금하다.
오만 카삽에서의 일명 '선상에서의 신선놀음'은 해가 뉘엿뉘엿 기울 때 배에서 내리는 것으로 일단락을 지었다. 종일 햇볕에 드러나 있던 팔이며 다리는 하루만에 새까맣게 그을었다. 새벽 별을 보며 떠나는 것으로 시작한 여정은 배에서 내려 세 시간 차를 타고 귀가해 밤 별이 떠 있는 걸 보는 것으로 마쳤다.
사실 이 곳은 하루만에 서둘러 마치기 보다는 이틀이나 사흘 정도 묵으며 좀 더 돌아 보아야 할 곳이었다. 풍부한 어장을 자랑하는 이곳 해변 마을도 둘러 보고, 높은 산 위에 올라 사파리도 하며 뒤져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친구들이 모두 다음 날 오후에 떠나기로 되어 있는 이유로 시간이 없어 하루 짜리 단막극으로 마친 게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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