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ping@theWorld/Days in UAE 2007/02/20 18:20 WallytheCat
남들은 자동차 보험 서류를 배달해 주는 서비스도 가능한 보험을 이용한다는 데 우리는 왜 매해 이 후질근한 사무실을 한 번씩 방문하는 지 나도 잘 모르겠다. 아마도 회사를 바꾸려면 전화통에 매달려, 몇 번씩이나 또 길고도 긴 통화를 하며 씨름을 할지도 모른다는 염려가 미리 작동을 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이 나라에서는 내가 돈을 주고 서비스를 고용한 건지, 아니면 상대 회사에서 내게 돈을 주며 서비스를 받으라고 애원을 했던 건지, 일 진행 중간 쯤에 가면 몹시 헷갈리는 때가 몇 번씩 생긴다. 하기야 어디 여기 뿐인가, 이런 식으로 일하는 회사들 지구 위에 숱하게 많은 걸로 안다. 반성 좀 하라.
자동차 보험 담당자들이 앉아 있는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시간이 좀 걸릴 터이니 자리를 잡고 앉았다. 퇴근 시간에 임박해 들어와 그런지, 그 날은 차를 권하는 하우스 보이도 안 보인다. 대개는, 서너 모금이나 될까 싶은 작고 투명한 유리 찻잔에 너댓 스푼은 족히 될 듯한 설탕에 진하게 재운 홍차에 민트를 두 잎쯤 띄워 가져 오는데... 아무튼 자리를 잡고 앉아 담당자와 약간의 잡담을 나눈다.
직원: "지난 한 해 사고는 안 냈나요?"
나: "그런 일 없습니다."
담당자: (마치 사고가 있었기를 바라는 사람같은 얼굴을 하며) "사고가 없었다구요?"
나: "사고가 있었으면 당신 회사에 연락했을 거고, 그렇다면 당신 회사 기록에 남아 있을 거 아닌가요?"
직원: "그러니까 사고가 없었다는 얘기지요?"
나: (같은 질문을 세 번 반복하는 데 약간 짜증이 나서) "없었다니까 왜 자꾸 같은 걸 물으세요? 지난 오년 간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었어요. 우리처럼 운전하는 사람만 있다면 보험같은 게 왜 필요하겠어요. 사실 생각같아선 보험 안 사고 싶어요, 사고가 없으니까요."
그 직원 그제서야 알아 들었는지 입을 다문다. 그러면서 한 만 원쯤 보험료를 깎아주겠다고 했다. 큰 인심 쓴다.
약간 신경이 거슬리는 대화가 끝나고, 주위를 환기시키려 눈을 돌려 사무실을 둘러 보는 순간, 눈길을 끄는 장면 하나가 내 눈에 든다. 이 장면 하나가 좀 전의 거슬리는 대화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되었다. 허름하기 짝이 없는 사무실 안의 가장 귀한 물건이라는 뜻인가. 티슈 박스를 장식한 건 많이 보아 왔지만, 이런 건 보다보다 처음이다. 인도에 가면 흔하게 보이는 장면일 지도 모르겠다. 모조 식물 화분 옆에 반듯하게 서서 그 자태를 뽐내는 냉온수기. 속이 비칠 듯 말 듯 온 몸에 드레스를 입고 있다.
레이스로 온 몸을 감쌀만한 물건은 아닌 듯 하지만, 그 장식이 지나쳐 속이 조금 불편하기까지 했지만, 누군가 이 사무실 물통을 예쁘게 장식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즐거움을 느끼게 해 주려는 마음이 배어있는 것 아닌가. 그 따뜻한 마음씀에 나도 모르게 배시시 웃음이 난다. 이것을 보기 위해 여기까지 발걸음을 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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