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ping@theWorld/Days in UAE 2008/04/15 06:43 WallytheCat
가지런하고 다소곳해 보이는 게 마음에 들어 몇 줄기 얻어다 뒷마당 구석에 심었던 게 몇년 전 일이다. 이걸 내게 옮겨 심어 주었던 친구는 식물이나 정원 가꾸는 일에 대해 모르는 게 없던 이였으므로 이 식물의 이름을 내게 소개해주지 않았을리 없다. 아마 그럼에도 까맣게 잊고 지내왔을 터다. 어느 날, 질기게도 잘 자라는 이 식물이 지겨워져서 지나친 번식을 막기 위해 여러 차례 뜯어내고 뽑아내고 물도 주지 않은지가 한참이나 되었다. 이것이 파피루스라는 걸 알게, 혹은 다시 기억하게 된 게 오래 전 일이 아니다. 얼마 전 너도바람님의 블로그에서 보고 다시 기억해 내었으니 말이다.
기원전 2,500년 전부터 고대 이집트의 문서 기록을 위해 사용되기 시작했다는 파피루스. 종이의 발명 이후로도파피루스가 인류와 함께 한 세월이 근 3,500년이나 된다고 하니, 그 둘의 인연이 파피루스의 물리적 성질 만큼이나 질기고도 깊다 싶다. 사실 지금까지도 계속 사용되고 있는 중이니, 4,500여 년이라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인류란 본디부터 뭔가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싶어 손이 근질거렸던 모양이라 파피루스의 사용을 몰랐던 시절부터도 동굴이나 바위에 뭔가를 그리거나 쪼아서라도 기록하지 않았던가. 지금이야 이집트 관광지의 대표적 기념품의 가치 정도로 기억되는 풀이긴 하지만, 새삼 그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된다.
경전들을 포함한 다양한 고문서를 인류에 남기기 시작하게 해 준 파피루스의 공로에 대해서는... 글쎄다. 그것이 인류 문명 발전에 기여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지만, 그 문명의 발전이란 게 인류의 영적인 성장에까지도 전적으로 긍정적으로만 작용했는지에 대한 의문까지는 쉽게 떨칠 수가 없다. 인류가 파피루스를 만나게 되어 열정, 혹은 집착이라는 이름으로 열불나게 기록을 시작하게 된 시점이 바로 분열, 분쟁과 더불어 인류 불행의 씨앗을 싹 틔운 날의 의미로도 다가온다 말하면, 인류의 어두운 단면만을 강조함일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그대 이름은 파피루스, 너와 인류와의 만남 또한 필연 아니었겠나. 네 생김새를 기억하도록 노력하마. 다시 만나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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