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ping@theWorld/Days in UAE 2008/04/15 06:10 WallytheCat
주황, 혹은 주홍빛을 띠는 부겐빌리아다. 흰색을 제외한 다른 색 꽃들은 꽃이 질 때 색이 좀 바래며 떨어지는데, 주황색 꽃이 질 때는 약간 분홍빛으로 바랜 후 떨어진다. 어쨌거나 이 주황빛을 띤 부겐빌리아는 흰색이나 분홍색 꽃에 비해 그리 흔하지는 않다. 그 희소성 덕에 꽃이 조금 돋보인다는 면은 있겠지만, 단지 그런 이유로 이 주황색 부겐빌리아를 좋아한다기 보단 그저 내가 좋아하는 색이라 할까. 주황과 주홍의 중간색에 탁기를 좀 더해 가라앉은 듯한 색, 번트 오렌지(burnt orange)라 불리는 색을 좋아한다.
이거 집앞 마당에 피어 있는데, 옆집 아줌니가 집앞에 나와 앉을 시각을 그야말로 간발의 차로 피해 찍었다.
앞마당엔 담장이 없는 이유로, 바람이 심하게 불 때면 가지들이 통째로 대책 없이 바닥에 누워버리곤 해서 다시 가지를 세우고, 자르고 하는 통에 그리 무성한 맛은 없다.
이 주황빛 부겐빌리아가 무성해지면, 그 빛에 반해 꽃이 있는 자리를 떠나 살기 쉽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날 오면, 아마 나도 매일 의자를 집앞에 내놓고 앉아 한 잔 기울이며 옆집 아줌니 흉내를 내게 될 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이유로, 이것들이 너무 빨리 자라주진 않을 것 같은 예감이 진하게 든다. 아주 천천히 자라거라, 훌쩍 떠나도 별 아쉬움 없게...
<4/14/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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