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UAE

날생선 먹고 돌아오리라

WallytheCat 2018. 11. 21. 17:35

Peeping@theWorld/Days in UAE 2008/04/01 04:21 WallytheCat


삶이란 여정은 자주 길에 비유된다. 여전히 한 치 앞도 가늠이 안 되는 짙은 안개 같기만 한 미혹 속에 든 그 삶이란 것과 씨름하는 중이라 아직은 그 끝이 어딘지, 종국에는 어떻게 생겨 먹은 종착역에 가 닿게 될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길을 가다보면, 난데없이 장애물이 나타나 돌아가기도 하고, 반듯하여 쉬운 길을 걷게도, 또 뜻하지 않은 지름길을 만나 웬 떡이냐 싶어 반가울 때도 있는 법이다. 그 천 갈래 만 갈래 다양하게 난 길 중 하나를 골라, 길 생긴대로 따라 걷다 보면 때로 진창에 발을 들여 당황스럽고 낭패감이 들 때도 있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리라.

걷다가 진창에 빠진 느낌이 이럴까. 조직의 분열을 통해 머리 큰 사람들은 무엇을 얻으려는 것일까. 때로 그 답이 너무 빤해서 짐작이 가지 않는 바 아니지만, 이거 지나치게 소모적이고 공허로운 일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이 분열을 통해 가장 큰 손해를 보는 건 또 뉘란 말인가. 당연히 학생들이다.

나이먹는 일도 내공의 축적 내지 그 범주에 드는 것일까. 예전 같았으면 같이 흥분해 큰소리를 내며 길길이 뛰었을 일들이, 지금은 그저 조용히 바라보는 입장이 될 줄도 안다. 어차피 내가 해결할 수 있는 테두리를 넘어선 일이다. 바람직한 과정은 아니지만, 작정을 하고 싸움을 즐기며 먼 길로 둘러 가자는 데야 어쩌겠는가. 와글와글, 시끌벅적 모두 소란스레 그 속에서 허우적거린다. 허나, 이 모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사람 사는 모습이 아닌가. 그래도 한편 측은한 마음이 들어 가슴이 조금 아리다.

퍽, 퍽, 퍽!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질 때 나는 소리다. 소리의 높낮이와 여운의 기럭지가 달라서 그렇지, 그 소리는 살아오며 제법 여러 번 듣고 목격해 왔다 싶다. 이번 고래들의 싸움에서 '네 등을 잠시 빌려 주면 안 터지게 쓰다 돌려 주겠다'느니, '나를 위해 기꺼이 터지는 새우 등이 되어 주면 어떻겠냐'는 등의 제안을 받기도 했다. 그 어느 제안이 내 구미를 당기지도, 달콤한 유혹이 되지도 못하였는 바, 고개숙여 정중히 거절하고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설 밖에. 그건 내가 사는 방식도, 내가 화날 때 싸우는 방식도 아님을 어쩌랴.

세상에 널린 인간 고래들에게 고하고 싶다, 세상 그리 살지 말라고.

연상 작용이란 뜬금없는 것이어서, 고래 이야기 하다보니 물고기 생각이 문득 난다. 내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볼일 보러 두바이 나가는 김에 날생선 맛이라도 좀 보고 와야지 싶다. 그도 아니라면 주먹밥 위에 얹은 날생선 맛이라도 봐야겠다. 관망하는 일에도 질좋은 단백질의 소모를 조금쯤은 필요로 하지 않겠나 싶은 노파심이 드는 건 또 뭔가.  


<오늘 오후에 두바이 나가서 플라스틱 보트에 담긴 날생선 먹었다. 4/1/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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