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UAE

블루님께 부겐빌리아 한 다발을...

WallytheCat 2018. 11. 21. 17:42

Peeping@theWorld/Days in UAE 2008/04/09 03:19 WallytheCat


홍매화 선물을 받아 감동 받은 김에 저도 뭐 드릴 선물이 없을까 하여 기웃거려 보았답니다. 그래도 제가 예의가 제법 바르다는 성씨인 왈씨 아니겠습니까. 이 다음에 뵈면 가장 좋아하시는 술을 한 잔 사드릴 것을 약속은 하였지만, 그래도 당장 서운해서지요. 그렇다고 지난 주 깨끗하게 먹어 치운 이런 빈 접시를 내미는 것은 더더욱 예의가 아닐 것 같고...




여기서야 나가 봐야 헤매고 다닐 산도 없으니, 오늘 저녁 해질 무렵 그저 제 집 뒷마당에 나가 보았답니다. 제가 마치 시계추처럼 일터와 집만 왔다리 갔다리 하는 동안, 돌보지 않은 저를 원망도 않고 지들끼리 어여쁜 꽃을 활짝 피워 내고야 만 부겐빌리아(bougainvillea)들이 있더라구요. 분꽃과의 열대 관목이라는 욘석들은 원산지가 브라질이라는데, 아열대나 열대 기후에서 아주 잘 자란답니다. 물을 별로 주지 않으면 않은 대로, 물을 많이 주면 주는 대로 스스로 알아서 크는 것들이지요. 그 강한 생명력 하나는 본받을 만합니다.


꽃으로 보이는 부분들은 식물 줄기 말단의 잎들의 색이 변하여 마치 꽃처럼 보이는 거라고 하더라구요. 그래도 저는 꽃이라 부릅니다. 여하튼 이런 사막 기후에서도 키우기에 적당한 식물이랍니다.  바로 아래 보이는 것은 흰빛과 엷은 분홍빛이 적당히 어우러진 홑겹꽃이지요. 


이것은 흰색 홑겹꽃인데, 마치 물감이 묻은 것처럼 분홍빛이 슬쩍 꽃 끝에 비치는 군요. 제법 청초하지요.


이것은 꽃의 크기가 홑겹꽃 보다는 작은 듯 한데, 부케처럼이나 동그랗게 뭉쳐 피워 보이곤 하는 앙증맞은 분홍 겹꽃 부겐빌리아랍니다.



몇년 전 처음 이 집으로 이사왔을 때, 새 집이라 그저 아무 것도 없이 휑하게 네모난 빈 마당 뿐이었지요. 작은 마당에 너무 큰 나무를 심으면 그 그늘 때문에 잔디가 못 자라고 다 죽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냥 담장을 따라 부겐빌리아를 많이 심어, 담장에 넘치도록 자라게 하고 싶었지요. 뒷마당 담장에 이리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걸 블루님 덕분에 오늘 처음 마당에 나가 발견하게 되었답니다. 다 게으른 탓이지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부겐빌리아는 주황색인데, 곤석은 앞마당에 있답니다. 저녁 무렵 앞마당엔 무서워서 못나갑니다. 나갔다 하면 옆집 여자한테 최소 삼사십 분은 잡혀 서 있거든요. 그건 이 다음에 옆집 여자 없는 틈에 몰래 찍어 올리든지 하겠습니다.



제가 자리를 비웠던 지난 겨울, 이곳 날씨도 제법 추웠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이곳 식물들도 지금, 겨우내 추위에 다 떨궈낸 잎들을, 꽃들을 새로 내느라 몹시 분주하답니다. 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부겐빌리아들은 물을 많이 얻어 마시지 못한 덕이기도 하겠구요. 이 늘어진 가지들에 온갖 새들이 앉아 노래도 하고 그네타기를 즐기기도 한답니다. 



목련, 혹은 매화처럼이나 똑 떨어지게 진지한 봄날의 표정을 지어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것들도 꽃잎을 떨구며 사막의 봄이 떠나가고 있음을 조금씩 울어냅니다. 


<4/8/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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