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ping @the World

호주 서부를 보다 8: 클리프톤 호수

WallytheCat 2018. 11. 22. 00:02

Peeping@theWorld/Days Traveling 2008/06/24 09:04 WallytheCat


퍼쓰에서 해변을 끼고 남쪽으로 124km 거리에 클리프톤이란 작은 타운이 있고, 거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클리프톤 호수(Lake Clifton)가 있다. 여행 중 이곳을 들를 계획은 아예 처음부터 없었다. 이야기를 하자면 좀 긴, 물 이야기를 하다, 어떤 물을 찾으려던 시도가 이어져, 버스를 몰던 기사 아저씨 존(John)이 여러 사람들에게 전화로 수소문한 끝에 '살아있는 바위'가 있다는 이 호수에까지 오게 되었다. 친절한 데다 아는 것도 많으신 존 아저씨 덕에 예상치도 못했던 특별한 곳을 보게 되었으니, 늦게나마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싶다.



좀 낡았으나 입구에 떡 버티고 선 호수에 대한 안내판의 내용이 사뭇 흥미로웠다. 세상에는 이런 형태로 살아가는 미생물이나 미네랄도 있구나 싶은 게, 내 자연에 대한 무지 하나를 일깨워 주기에 충분하다 싶었다. 이거 물론 귀찮은 일이지만, 공부하는 마음으로 연필심에 침 묻혀 가며 또박또박 한글로 옮겨 적어 본다:  



"클리프톤 호수는 세계에 몇 안 되는 '마이크로바이어라이트(Microbialite)'라 불리는 '살아있는 바위'들이 있는 장소 중 한 곳이다. 호수에 존재하는 마이크로바이어라이트 암초로는 이곳이 남반구에서 최대의 규모다.

클리프톤 호수에서 가장 많이 눈에 뜨이는 마이크로바이어라이트는 스롬보라이트(Thrombolite) 형태의 암석이다. 스롬보라이트는 다양한 종류의 미생물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미생물의 광합성 과정 중, 석회질이 풍부한 호수의 물에서 탄산 칼슘이 빠져 나와 바위 같은 물질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마이크로바이어라이트의 종류인 스트로마토라이트(Stromatolite)는 이와는 좀 다른 방법으로 형성된다. 이는 아교질의 점액 지형이 퇴적 입자를 그 속에 가두며 생기는 암석인데, 마치 파리 끈끈이 판이 파리를 잡는 과정과 비슷하다 하겠다. 



마이크로바이어라이트는 일년에 1mm 정도 자란다.

스트로마토라이트가 얇은 판이나 층으로 된 내부 구조인데 반해, 스롬보라이트는 덩어리가 응고된 모양의 내부 구조 특성을 지닌다.

지구상에서 지금까지 발견된 스롬보라이트는 대부분 6억 년 전부터 그 형성을 시작한 것들인데, 클리프톤 호수의 것들 역시 그들과 발생 연대가 비슷하다고 추정한다. 고대 한 때는 해안선이었던 호주 북부의 아마데우스 퇴적 분지에서도 이와 동일한 것으로 보이는 화석이 발견되었다.

스롬보라이트와 스트로마토라이트의 형성 과정에 관여한 미생물은 지구에 생명력을 유지, 가능케 하는 산소의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미생물과 석회의 작용으로 형성되는 마이크로바이어라이트(Microbialite) 중 대표적인 암석 두 종류가 있는데, 클리프톤 호수에는 그 중 하나인 스롬보라이트가 주로 자란다:

1. 스롬보라이트(Thrombolite): 마치 혈액이 응고한 것처럼 보이게 자라는 석회암
2. 스트로마토라이트(Stromatolite): 파리 끈끈이 판이 파리를 잡듯이 형성되는 박편상 석회암


종일 소나기가 내리다 말다 하던 날이라 하늘이 잔뜩 흐렸더니, 늦은 오후 비구름 사이를 비집고 해가 빼꼼히 얼굴을 내민다. 가을 햇살이 기지개를 켜며 나른하고 게으른 표정으로 물 위에 몸을 한 번 길게 뉘여 본다. 그러자 호수는 호수가 아니라 바다처럼이나 커져 보이는 게 아닌가.


버스를 어디엔가 안전하게 주차하고 났는지, 마음씨 좋은 존 아저씨가 일행보다 한참 뒤 호수를 보러 오신다. "나도 말만 들었지 이 호수에는 처음이다. 덕분에 좋은 구경을 하게 되었다"며 자신의 공을 일행에게 떠 넘길 줄도 아시는 분이다.

은퇴 후 소일 거리, 취미로 일주일에 이틀만 관광 회사 버스 운전을 하시는 분인데, 우리 일행과 너무 죽이 맞아 마무리까지 해 주고 싶으시다며 평상시의 두 배인 나흘 간이나 일을 하셨다. 이 분은 원래 야생화 전문 가이드 일을 하신다 했다. 호주 서부에 겨울이 되는 8월, 야생화가 온 천지에 흐드러지게 피어 나면, 꽃을 보러 온 사람들에게 신명이 나서 열심히 설명을 하실 존 아저씨의 모습이 절로 상상이 된다. 삶에 대한 열정으로 충만하고 행복하게 사시는 분이니 오래, 건강하게 지내시리라 믿는다.


지금은 우기인 가을이라 물이 많아 호수의 바닥이 그리 많이 보이지 않지만, 건기 때이거나 날이 가물어지면 수십 미터 뒤로 물러난 호수 바닥이 모두 드러나, 살아 있는 뜨롬볼라이트의 모습을 더 멀리까지 볼 수 있다고 한다. 


<5/23/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