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ping@theWorld/Days in Ohio 2009/07/09 08:33 WallytheCat
<왼쪽부터 텍사스 주 기, 성조기, 오하이오 주 기, 태극기>
물론 왈리는 자기에게 사전 통보도 없이 불쑥 등장한 이 불청객들, 특히나 유난히 싫어하는 개들의 냄새와 소란을 견딜 수가 없던지 숲으로 도망을 가서는 종일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왈리를 제외한 모든 이들은 나눠 들고온 다양한 음식을 즐겁게 먹으며, 지난 일년 간의 회포를 푸는데 여념이 없다. 미국 독립기념일에 먹는 음식으로는 주로 바베큐한 고기, 핫도그, 햄버거, 감자 샐러드, 사과 파이, 체리 파이 등이 있다.
점심을 마치고 숲으로 산책을 하거나 마당에 모여 한참을 놀다 보니, 도무지 넘어갈 것 같지 않던 여름 해도 그 긴 꼬리를 감추며 어쩔 수 없이 서편으로 조금씩 사라져 간다. 아직도 해가 조금 남은 저녁 여덟 시쯤, 이 집 쥔장은 저만치 언덕 아래로 내려가 지난 일 년 간 모아 둔, 죽어서 베어야 했던 나무며, 부러진 나무 가지 더미에 기름을 부어 태우기 시작하신다.
거실 창문 밖을 내다 보니 집 가까운 마당에서는 조카들이 벌써부터 불꽃놀이를 시작한 모양이다. 불꽃놀이라 해서 아이들 장난처럼 잠시 놀다 말겠거니 했더니만, 그게 아니라 제법 큰 불꽃놀이를 몇 시간이나 계속하는 거였다. 조카들도 이제 모두 의젓한 삼십대 장년들이니 시시하게 폭죽을 몇 개 터뜨리는 걸로 끝내고 싶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비슷한 시간에 시작된 화톳불은 새벽녘까지도 타고 있을 터이니, 불 구경이야 불꽃놀이가 끝나고 시작해도 늦지 않다. 휘영청 밝은 달 아래 의자에 깊숙히 앉아 담요 하나 뒤집어 쓰고선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머리 위에서 펑펑 터지는 불꽃놀이를 구경하는 맛도 일품이었다.
불꽃놀이에 관한 오하이오 주 법은 이렇단다. 폭죽이나 불꽃놀이용 불꽃을 살 수는 있지만 터뜨리는 행위는 불법. 사람이 만든 법이란 게 물론 모르는 사람은 당하는 거고, 아는 사람은 요리조리 그 망을 피해가며 살아가는 거라긴 하지만 어찌 이리 '눈 가리고 아웅'하는 맹한 법도 고치지 않고 그냥 놔둔단 말인가. 폭죽을 오하이오 주에서 구매해서는 차에 싣고, 폭죽을 터뜨리는 게 불법이 아닌 다른 주로 이동을 해서 터뜨리는 사람도 있단 말은 듣도 보도 못한 것 같다.
자정이 넘도록 계속되는 불꽃놀이에 집 주인인 둘째 시누이는 조금 불안한 눈치를 보이기도 했으나, 날이 날인지라 주민의 신고가 있던 것 같지도, 경찰이 등장하는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경찰도 어디선가 불꽃놀이를 즐기고 있지는 않았을까.
<7/4/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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