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Ohio

서펀트 마운드(Serpent Mound)

WallytheCat 2018. 11. 22. 00:13

Peeping@theWorld/Days Traveling 2009/08/11 15:40 WallytheCat


서울 사는 사람이 남산에 가본 적 없는 경우가 흔한 것처럼, 오하이오에 살면서도 단지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오하이오에서 가볼만한 곳을 미루어 둔 곳이 많다. 소개하려는 곳이 바로 그런 곳 중 하나다. 서펀트 마운드(Serpent Mound)’라 불리는 곳이다. 고유명사에 속하니 그저 영문으로 말하는 것도 거슬릴 일 없겠지만, 그래도 적당한 한글 표현이 없을까 사전을 뒤져보기도 했으나, 더 애매하기만 하다. 사전에 토루(土壘)란 말이 있긴 하지만 들어본 적이 없으니 어색하고, 흙무더기라 하려니 뭔가 공사중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 중간쯤 되는 표현이 뱀 형태의 축조물쯤 되려나. 고고학자들은 이런 유적을 우리말로 뭐라 부르는지 궁금하다.

길은 이렇다.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시 가운데서 남북을 가로지르는
US-23번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1시간 20분쯤 자동차를 달리면(64.1마일),  칠리코테(Chillicothe)란 작은 도시가 나타난다. 오하이오의 첫 번째 수도였던 적이 있던 도시다. 그곳으로부터 US-50 번 도로로 바꾸어 20마일 가다 베인브리지(Bainbridge)란 곳에서 OH-41 S를 따라가다 로커스트 그로브(Locust Grove)란 지명이 나타나면 OH-73을 따라 우회전한 길 0.3마일 지점에 있다.

고속도로를 따라 휭하니 달리면 좀더 빨리 도착할 수도 있었겠지만, 일부러 구불구불 먼 길을 택했다. 칠리코테부터는 지도 위에 점으로 표시된, 경치 좋은 길(scenic drive)이 이어진다. 전형적인 오하이오, 아니 미국 중서부 농촌 풍경이 경사가 완만한 언덕길 위에 펼쳐지고, 그 길을 지나노라니, 단지 언덕이라는 이유만으로 잠시 향수에 든다.


도착해 들어서니, 사방에 전원 풍경이 펼쳐진 게 한적하고 평화로워 좋다. 구름도 낮게 드리운 날이라 뜨겁지도 않아 걷기에도 좋았다. 고고학적으로는 큰 의미를 갖는 유적이라지만, 이런 곳을 일부러 찾는 사람이 얼마나 되랴. 조금 걸어들어가다 보니 이런 푸세식 화장실이 손님을 맞이한다. 괜히 정겹다.




입구에 적힌 유적에 대한 소개글에는 대략 이렇게 적혀 있다:

서펀트 마운드는 동물 형태로 만들어진 축조물 중에서는 북미 내에서 가장 그 규모가 크다. 이는 뱀을 상징하며 흙으로 만든 거대한 조형물이라 하겠다. 오하이오 브러쉬 강(Ohio Brush Creek)이 바라다 보이는 지맥(支脈)에 위치한 이 축조물은 고대 요새 문명에 의해 서기 1000년쯤 지어졌으며, 막강한 힘을 지닌 뱀의 영에 바치는 의식을 거행하던 장소였으리라 짐작한다. 이곳은 또 30억년 전쯤 소행성의 충돌에 의해 생겼을 것으로 짐작되는, 거대한 분화구 끝 지점이기도 하다. 프레드릭 워드 푸트만(Frederic Ward Putnam, 1839-1915)이 1886년부터 1889년까지 이 축조물에 관한 연구를 했으며, 그의 지대한 노력 덕에 이 유적이 미국 내에서 최초 민간 기금 고고학 보존 지역이 되었다.
 



다음 사진 석 장은 그곳 박물관 입구에서 찍은 것이다. 박물관은 무슨 공사를 하는 모양인지, 문을 열지 않았다. 입구에는 '박물관에 들러 입장료 7달러를 내라'고 적혀 있건만, 박물관에서 입장료를 챙겨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뱀이 지녔다고 믿었을 막강한 힘, 그 뱀의 형태 그대로를 땅 위에 흙을 쌓아 만들었다는 것까지는 유추해 냈지만, 그 축조물이 지어졌을 당시 정확하게 어떤 기능을 했는지에 관해서는 아직도 오리무중인 셈이다. 뱀이 입을 벌려 개구리의 알을 삼키는 장면인지, 그렇다면 그것이 무엇을 상징하는 것인지도 아직 논쟁 중인 모양이다. 축조물 근처 그 비슷한 형태의 또 다른 축조물에서는 묻힌 사람의 유골을 발견하기도 했지만, 이 뱀 형태의 축조물에는 그런 것이 없으니 무덤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한다. 소행성이 충돌했다는 30억 년 운운한 것도 사실 글자 그대로 믿을 수는 없는 일이니, 유적에 관한 소개글도 언젠가는 '새로운 학설'로 다시 써야 할 날이 올지 모를 일이다. 






<7/30/2009, 3850 State Route 73, Peebles OH 45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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