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ping@theWorld/Days Traveling 2011/10/19 04:33 WallytheCat
아리조나의 푸르디 푸른 낮 하늘도 기억에 오래 남지만, 매일 저녁 다르게 열정을 갖고 펼쳐보이는 노을은 그저 매일 보아도 질리게 하는 법이 없던 것 같다. 매일 저녁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려고 작정을 하고 그린 그림들이어서 그랬을까. 서쪽으로 창을 내어 놓은 부엌에서 저녁을 준비하든, 설겆이를 하든, 혹은 그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든,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감동은 매일 저녁 이어지곤 했다.
서쪽으로 부엌창을 내놓은 집은, 직업은 벽돌공(brick layer)이고, 이름은 '밥(Bob)'인 집주인 아저씨가 지은 집이었다.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으리라 믿지만, 당시 투산의 남쪽은 좀 산다는 사람들이 살기 꺼리는 히스패닉 지역이었다. 그 집은 당시 다니던 학교와 제법 가까웠지만 남북의 경계를 가르는 지점에서 몇 블럭 남쪽으로 치우친 곳이라 '도시의 남쪽'의 시작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우범 지역은 아니었지만 역시나 주말이면 새벽까지 시끌벅적 이어지는 파티를 즐기는 메히코인들이 많이 살았다. 주말 한 밤에 경찰에 몇 번 신고도 했던 것 같다.
집주인 아저씨 '밥'도 어릴 적 멕시코에서 이민을 왔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도 우스운 건, 그의 두 아들의 이름도, 손자들의 이름도 모두 밥, 바비, 아니면 로버트(다 같은 이름)였다. 가족 내 무슨 깊은 사연이나 전통이 있어 모두 같은 이름을 지어 부르는지, 아니면 쑥쑥 태어나는 아이들의 이름을 자주 짓는 게 귀찮아서 일식이, 이식이, 삼식이 식으로 지어 부르는 건지는, 물어본 적이 없어서 아직까지 알 길이 없다. 별로 궁금한 일도 아니어서, 뒤에서 흉보며 낄낄거리는 재미 거리로 남겨두었던 것 같다.
밥이 좀 크게 지은 벽돌집은 세를 주어 내가 살았고, 바로 옆에 작게 지은 벽돌집에는 밥이 살았다. 그의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그 집은 모든 게 벽돌로 만들어졌다. 두 집의 벽들은 모두 벽돌로 세웠음은 물론이고, 집안의 벽난로며 책장도 벽돌, 뒷마당이며 앞마당에도 거의 벽돌로 길과 화단을 만들고, 뒷마당의 바베큐 그릴도 벽돌로 지었다. 처음 집을 보러 갔을 때 "벽난로에 불 피우면 작동하느냐?"고 물었다가 "내가 지은 벽난로에 불이 잘 안 든 벽난로는 내 생전에 없었다."는 일장 연설을 들어야 했다. 내 질문이 벽돌공의 자긍심을 제대로 건드린 모양이었다. 아리조나 하늘 이야기 하다, 기억의 연상 작용으로 이야기가 옆길로 좀 샜다. 지금은 연세가 여든 중반도 훨씬 넘었을 밥 아저씨는 아직도 건재하실까.
서쪽으로 부엌창을 내놓은 집은, 직업은 벽돌공(brick layer)이고, 이름은 '밥(Bob)'인 집주인 아저씨가 지은 집이었다.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으리라 믿지만, 당시 투산의 남쪽은 좀 산다는 사람들이 살기 꺼리는 히스패닉 지역이었다. 그 집은 당시 다니던 학교와 제법 가까웠지만 남북의 경계를 가르는 지점에서 몇 블럭 남쪽으로 치우친 곳이라 '도시의 남쪽'의 시작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우범 지역은 아니었지만 역시나 주말이면 새벽까지 시끌벅적 이어지는 파티를 즐기는 메히코인들이 많이 살았다. 주말 한 밤에 경찰에 몇 번 신고도 했던 것 같다.
집주인 아저씨 '밥'도 어릴 적 멕시코에서 이민을 왔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도 우스운 건, 그의 두 아들의 이름도, 손자들의 이름도 모두 밥, 바비, 아니면 로버트(다 같은 이름)였다. 가족 내 무슨 깊은 사연이나 전통이 있어 모두 같은 이름을 지어 부르는지, 아니면 쑥쑥 태어나는 아이들의 이름을 자주 짓는 게 귀찮아서 일식이, 이식이, 삼식이 식으로 지어 부르는 건지는, 물어본 적이 없어서 아직까지 알 길이 없다. 별로 궁금한 일도 아니어서, 뒤에서 흉보며 낄낄거리는 재미 거리로 남겨두었던 것 같다.
밥이 좀 크게 지은 벽돌집은 세를 주어 내가 살았고, 바로 옆에 작게 지은 벽돌집에는 밥이 살았다. 그의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그 집은 모든 게 벽돌로 만들어졌다. 두 집의 벽들은 모두 벽돌로 세웠음은 물론이고, 집안의 벽난로며 책장도 벽돌, 뒷마당이며 앞마당에도 거의 벽돌로 길과 화단을 만들고, 뒷마당의 바베큐 그릴도 벽돌로 지었다. 처음 집을 보러 갔을 때 "벽난로에 불 피우면 작동하느냐?"고 물었다가 "내가 지은 벽난로에 불이 잘 안 든 벽난로는 내 생전에 없었다."는 일장 연설을 들어야 했다. 내 질문이 벽돌공의 자긍심을 제대로 건드린 모양이었다. 아리조나 하늘 이야기 하다, 기억의 연상 작용으로 이야기가 옆길로 좀 샜다. 지금은 연세가 여든 중반도 훨씬 넘었을 밥 아저씨는 아직도 건재하실까.
플래그스태프에 이르기 조금 전 인터스테이트 40번 도로 위에서 노을을 만났다. 그날 밤 세도나에 예약해 둔 숙소에 열시 반도 넘어 도착했던 것 같으니, 달리는 도로 앞에서 서둘러 해가 떨어지던 이 때가 아마도 저녁 여덟 시쯤이나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 도로 위, 바로 여기쯤에서 노을을 여러 번 조우했지만, 이날 만난 노을은 이 길에서 만났던 여느 노을보다 아름다웠다고 전해야겠다.
[Near Flagstaff, Arizona, USA, Friday 7/29/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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