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ping @the World

하늘 일곱 - 붉은 땅 검어지니 달 뜨더라

WallytheCat 2018. 11. 24. 20:51

Peeping@theWorld/Days Traveling 2011/11/17 04:48 WallytheCat


그 날 낮 시간 내내 이런저런 일이 이어져 이곳 모뉴멘트 밸리(Moment Valley Navajo Tribal Park, Arizona) 근방 카옌타(Kayenta)에 저녁이 다 되어서야 도착했다. 사실 시간 여유가 없어 이곳에 들르는 일 자체를 아예 생략할 뻔 했으니, 늦게라도 도착하게 된 걸 그리 불평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 늦게 도착해서도 그 날 밤 묵을 곳을 마련한 후 움직여야 했으므로 시간은 더 지체되었다. 미국 달러의 약세, 유로화의 강세로 온 유럽인들이 다 미국 서부로 몰려 온 모양으로, 괜찮다 싶은 호텔은 들르는 곳마다 방이 없다고 했다. 시간은 늦어지고, 방은 없다고 하니, 미리 자리잡아 편안하게 웃옷까지 벗고 호텔 로비를 돌아다니는 유럽인들을 원망하며 가자미눈으로 보게 되는 걸 어쩔 수가 없다.

타운에는 방이 전혀 없다며, 달려온 길을 구 마일 되돌아가야 있다는 숙소를 추천해 준다. 그날 밤엔 좋은 방에 큰 돈 좀 써보려 했더니, 그것도 허락을 안 해주니 어쩌겠나. 구 마일 되짚어 가 있는 숙소는, 말이 숙소이지, 합판으로 뚝딱 지은 컨테이너 상자 비슷한 건물이라 걸을 때 마다 건물 전체가 좌우로 움직이며 소리도 요란해, 마치 내가 소인국에 들어온 거인이라도 된 느낌을 주는 곳이다. 트리플 에이(AAA) 멤버라니 십 퍼센트 깎아도 주었던 것 같다.

일단 방에 짐을 부리고, 다시 구 마일에 이십육 마일, 그러니까 삼십오 마일을 더 달려 모뉴멘트 밸리에 가긴 갔다, 보고야 말겠다는 집념 혹은 집착으로. 입장료 받는 곳에 도착하니, 여덟 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 되었던가 보다. 입장은 아홉 시까지, 퇴장은 자정까지는 해야한다고 했다. 여름 해라 아직 다 떨어지지 않고 있던 게 다행이었지만 서쪽은 환하고 동쪽은 이미 어두워지다 달이 뜨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그리하여 결국 달밤에 체조하는 모양새가 되긴 했지만, 그 안에 들어가 머물 수 있던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이고 행운이라 여겨지던지...




여기까지는 서쪽 풍경이고, 이후부터는 모두 달 뜨는 풍경이다. 다시 보니 아련하다. 








[Monument Valley, Arizona, USA Tuesday 8/2/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