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ping @the World

하늘 여덟 - 꿈길 속을, 꿈길 위를 달리다

WallytheCat 2018. 11. 24. 20:51

Peeping@theWorld/Days Traveling 2011/11/19 03:39 WallytheCat


이틀 반쯤 되는 주말은 왜 그리 스치 듯 후딱 지나가는 것인지. 벌써 주말의 하루 하고도 반이 지났다. 느즈막히 일어나 천천히 커피를 두어 잔 마시고, 느릿느릿 몸을 움직이다 보면 어느 덧 늦은 점심이라도 먹어야 할 시간이 된다. 오늘은 뜻하지 않게 낮잠까지 긴 시간 즐겼다. 일어나니 해 저문 저녁이 되어버렸다.

오븐에 구워낸 오리는 큰 것이 아닌 다음에야 먹잘것이 별로 없다. 길게 놓인 가슴살과 다리살 약간 정도다. 오렌지 주스, 양파, 마늘, 사과 등 뱃속에 무얼 채워 넣어도 구울 때면 온 집안에 역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집에서 이렇게 굽지 않고, 맛있는 오리구이집에 갈 수 있다면 좋으련만, 중식집 몇 집 외에 아랍에미리트 어느 곳에도 그런 곳은 없다고 본다. 지난 여름, 경기도 고모리 어디에 있던 오리고기집에서 생고기 구워먹던 생각이 슬며시 난다, 넉넉한 주인의 모습, 그리고 낮술 몇 잔까지도.



텍사스, 뉴 멕시코, 유타, 아리조나를 대충 헤집고 다니다 오하이오로 돌아오는 길에 놓인 콜로라도 주 알라모사 근처였던가. 그 날 오후, 그 길을 지나던 그 때의 날씨가, 풍경이 그랬다. 아스라히 펼쳐지는 정면 하늘은 마치 바다가 펼쳐지는 듯 푸르고, 비가 내리다 멈춘 양 옆 지평선에는 형태가 다른 무지개를 여러 번 보이다, 결국에는 각도기 형태 그대로인 백팔십도로 펼쳐진 무지개를 선물로 주는 식이다.

나무 전봇대의 이음새마다 알루미늄 판을 재료로 썼는지 그 기묘한 하늘빛에 반사되어, 휙휙 지나는 전봇대에서는 희뜩희뜩 은빛을 발한다. 그 은빛 발광 덕에 길 위의 모든 사물이 마치 입체 영화 속 풍경처럼 각자 또렷하게 살아 움직이며 내 시야에 다가든다. 이렇듯 기묘한 환각을 주는 길을 달릴 때면, 꿈 속 같기만 해 깜박깜박 현실감을 잃는다.  




[Near Alamosa, Colorado, USA, Wednesday 8/3/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