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ping@theWorld/Days in UAE 2011/11/28 00:10 WallytheCat
몇 년 전 왔을 때는 없던 물고기 샹들리에가 천장에 달려 있다. 여러번 올려다 보자니 열세 마리의 유리 물고기가 귀엽다. 어디서 구했냐고 물어봐 하나 구해볼까를 고민 중이다.
이 식당에는 이라크의 생활상을 섬세하게 그린 그림들이 많이 걸려 있다. 모두 이라크에 사는 이라크 화가들이 그린 것을 가져온 것이라 한다. 쥔장의 이라크 사랑이 엿보인다.
이 식당에서는 물고기도 구경할 수 있다. 산소를 공급하는 어항 속에 살아 유영하는 물고기가 아니라 반으로 저며지고 펼쳐져 불 앞에 반듯하게 걸려 적나라하게 익혀지는 중인 물고기다. 이 정도 조리법이면 동굴에 살며 수렵하던 시절 조상들과의 거리감을 거의 사라지게 하는 특별한 체험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물고기가 구워지는 방과 식당은 유리벽으로 분리되어 있어 열기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 물고기는 이라크나 이란의 몇몇 강에서 자라는 민물고기인데, 아랍어로 가탄 혹은 가딴(Gattan)이라 부른단다. 이런 방식으로 굽는 요리법을 마스쿠프(Maskoof)라고 하는데, 그 단어 그대로 식당 이름에 부쳐 쓰고 있다.
일하는 사람 하나가 그 방에 들어가 장작을 몇 개 더 얹은 후 쇠스랑으로 뒤적여 불길을 살리고 있다.
전채로 렌즈콩(lentil) 스프, 빵, 병아리콩(chickpea) 샐러드, 생야채, 피클 등이 나온다. 너무나 맛나게 끓여 낸 렌즈콩 스프 한 그릇을 깨끗이 비우는 것으로 이미 요기가 되었다. 화덕에 금방 구워낸 따끈한 빵은 어찌나 구수한 향으로 유혹을 하던지...
드디어 불에 잘 익힌 물고기 가딴 한 마리가 큰 쟁반에 올려져 나왔다. 길이가 대략 사오십 센티미터는 되지 않을까 싶은데, 반으로 가른 걸 펼쳐 구웠으니 두 배로 넓어 보이기까지 한다. 기름이 많은 물고기라 마치 기름에 튀긴 듯 아삭한 게 고소하다. 워낙 큰 물고기라 부위마다 맛이 다르다. 넷이 실컷 먹고도 남았다. 남은 건 뼈째 싸달라고 해서, 평상시 온 동네 고양이를 다 먹여 살리는 동료 하나가 가져갔다.
그 많던 물고기들이 화덕에서 거의 다 사라지고, 작은 것 몇 마리만 불 옆에 남겨져 있다. 주말 오후 왕성한 식욕으로 이 식당에서 먹어치운 물고기가 몇 마리나 될런지... 이 날도 내 동료의 옛 제자는 여전히 돈을 쓸어 담고 있는 중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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