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ping@theWorld/Days in UAE 2012/01/15 22:07 WallytheCat
몇 년이나 되었는지 정확하게 기억해 낼 수는 없지만, 그 전에 있던 죽은 나무를 뽑아 내고, 이 나무의 키가 일 미터 남짓이나 되었을 새끼 적에 이 자리에 심겼던 때 생각은 난다. 종류가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나무는, 공급되는 양분과 수분과 햇빛이, 다른 야자수처럼 키로 가질 않고, 옆으로 더 옆으로 튼실하게 살이 오른 모습이다. 가지도 하나 둘 대칭으로 생겨나는 게 전체 이미지를 단단하고, 네모반듯 단정하며, 듬직해 보이게 한다. 건강하게 잘 자라는 이 나무를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져 슬며서 웃음을 짓게 된다. 그리고 나무에게 다정한 인사라도 한 마디 건네주고 지나가게 된다.
언젠가 자동차를 세워 두고 나무 가까이 가서 사진을 찍어 두어야지, 라고 벼르기 시작했던 게 수 개월 전부터다. 오늘은 큰 마음 먹고 사진기도 챙겨 들었다. 가는 날은 언제나 장날인 법이다. 바람이 몹시 불어 나무의 머리가 바람에 휘날려 단정한 나무의 모습이 흐트러졌다. 바람 없는 날로 하루 다시 날을 잡아야 할까 보다.
요 며칠 째 바람이 분다. 나뭇가지들이, 특히 야자수 잎들이 서로 부딪히며 내는 "사각사각 사르르" 소리를 듣노라면, 소리남과 동시에 나의 뇌리는, 나름 가장 이상적인 모습으로 꾸며지고 자리잡은 어떤 해변 장면 하나를 떠올리며 내게 그곳으로 지금 당장 떠날 것을 종용한다.
출근 길에 이렇게 해찰하다 좀 늦게 학교에 갔더니, 주차장에 차가 몇 대 없다. 출근해야 할 사람들도 땡땡이를 친 걸까, 생각하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더니 복도가 컴컴하다. 오늘 단과대 몇 곳이 정전이란다. 그래서 사람들이 일을 할 수 없어서 모두 집으로 가버렸단다. 하기야 정전이라면, 연구실에 전등도 켤 수가 없고, 컴퓨터며 IT 전화며 인터넷도 먹통이겠고, 게다가 화장실에 물도 안 나올테니, 그냥 집으로 가는 게 맞다 싶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 다섯 권도 돌려주어야 할 날짜가 모레인데, 도서관 시스템도 다운 되어 책을 반납할 수가 없단다. 내 참, 그런 것과 상관 없이 날짜 지나면 가차 없이 벌금을 물릴텐데. 내일은 전기가 가동되기를...
'Days in UA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몇 년 간의 인연에 감사 (0) | 2018.11.24 |
---|---|
장 보러 가는 길에 (0) | 2018.11.24 |
North or West? (0) | 2018.11.24 |
옆집 복이 지지리도 없다 (0) | 2018.11.24 |
여섯 시간 만의 상봉 (0) | 2018.1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