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UAE

새 생명들, 사막의 봄을 걷다

WallytheCat 2018. 11. 24. 21:53

Peeping@theWorld/Days in UAE 2012/03/03 04:10 WallytheCat 




며칠 째 모래바람이 분다. 오늘도 시야가 온통 어지러웠다. 주말 오후,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귀가하다 한 무리의 낙타를 만났다. 혹여나 하고 차에 싣고 갔던 사진기가 쿨쿨 늘어지게 낮잠을 자다가 벌떡 일어나 잠이 아직 덜 깬 채 눈을 비비며 셔터를 눌렀다. 이쯤 거리면 되겠다 싶은 곳, 그들 바로 뒤에서 차를 멈춰서는 걸어서 따라갔는데, 느릿느릿 한적하게 걷던 것 같던 낙타도 목동도 마치 축지법이라도 쓰는 양 어찌나 빠르던지 아무리 잰걸음으로 걸어도 그들을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했다.



얼마 전 새로 구입한 손전화로 낙타 사진을 찍겠다고 같이 차에서 내린 친구 S는 그들을 따라 빠르게 걷고, 나는 또 그 뒤를 따르고, 낙타 무리의 뒤를 천천히 따르던 그 친구 옆 검은색 에스유브이 속 남자는 그녀에게 이 낙타들은 자기 소유이며 목장이 머지 않은 곳에 있으니 자동차로 자기를 따라 오면 낙타를 보여주겠다고 했단다. 뭘 그렇게까지. 



이들이 여느 낙타 무리들보다 특별해 보인 건, 태어난지 얼마 되어 보이지 않는 어리디 어린 여덟 마리의 새끼들 때문이었다. 한두 마리도 아니고, 어린 새끼들이 이렇게 큰 무리를 지어 있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그들은, 이른 봄 비집고 나온 여린 연두빛 나뭇잎 닮아 보였다. 여덟 마리의 새끼들부터 열 마리쯤 되어 보이는 든든한 어미 낙타들, 그들과 색이라도 맞춰 골라 입은 듯 갈색 옷으로 차려입은 목동까지, 뒤에서 바라보기만 해도 흐뭇하고 듬직하다. 



얼른 집으로 가자며 재촉하는 목동이 바로 뒤에 버티고 있음에도 몇몇 낙타들은 길가에 널린 맛난 풀을 그냥 두고 가는 것이 못내 아쉬운 듯 잠깐씩 풀을 뜯으며 해찰을 한다. 






이 라운더바웃을 질러 길을 건너, 우회전 한 후 모래 언덕을 넘어 조금 더 가면, 그들의 목장이 있다고 했다. 














<4:00 pm, Friday 3/2/2012, Ajman Area, United Arab Emira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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