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UAE

대추야자 시장

WallytheCat 2018. 11. 24. 22:57

Peeping@theWorld/Days in UAE 2012/05/27 02:08 WallytheCat


봄학기 수업은 지난 주로 다 마쳤다. 한 학기 수업이 끝났다고 해서 할 일이 모두 끝난 건 물론 아니다. 성적 제출은 마쳤지만, 아직 졸업식도 남아 있는 데다가, 일을 다 마치고 할 일이 더 이상 없더라도 유월 중순까지는 출근을 해야 한다.

일단 수업이 없다는 것 하나 만으로 마음만은 자유롭다. 며칠 전 동료 하나가 나가서 점심을 먹자는 제안을 했다. 너나 나나 다 비슷한 마음인 게다. 오후 두어 시에 나가서 푸짐한 이라크식 물고기 점심을 먹고, 후식으로 나온 대추야자와 홍차까지 두어 잔 마시고 나니, 어느덧 시간은 네 시가 다 되었다.

대추야자를 먹으며, 좋은 대추야자를 어디서 사야 하느냐는 질문이 화제로 떠오르자, 점심 식사에 초대한 동료가 직접 데려가 보여주겠다며 데려간 곳이 바로 대추야자만 파는 시장이다. 그 바로 옆 야채 시장에는 여러 번 다녔건만, 샤자에서 이십 년을 살아온 동료도 몰랐던 곳이라며 놀랐다. 그렇게 얘기가 풀리니, 샤자에 십 년여 살았던 내가 이곳을 몰랐던 건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도 들렸다. 샤자가 그리 넓은 곳도 아니건만, 아직도 모르는 구석 투성이다.




대추야자 시장에는 온갖 지역의 대추야자가 다 모여있다. 생산지마다 열매의 생김새, 크기, 당도가 다 제각각 다르다. 다 같은 사막인 듯 해도 토양, 바람, 햇빛이 다르다는 것이 그 이유 아닐까 한다. 내게 대추야자는 일년 내내 내리쬐는 사막의 햇빛, 모래바람, 그리고 사막의 황량한 그 모든 것을 담아낸 맛이라 느껴진다. 나는 크기가 훨씬 크면서 좀 덜 단 사우디 것을 좋아한다.

대추야자는 사막에서 나는 주요 농산물이라 할 수 있다. 평소에도 후식으로, 혹은 홍차나 커피에 겻들여 많이들 먹지만, 무슬림 금식 기간인 라마단 한 달 동안, 해 진 후 처음 먹는 식사인 '이프타' 바로 전 물과 함께 몇 알의 대추야자로 먼저 속을 달래기도 한다. 그러니 대추야자는 이곳 사람들에게 몹시도 중요한 종교를 포함한 여러가지 이유로 존재한다고 해야겠다. 


<앞에 진열된 노란빛을 띠는 대추야자는 아직 덜 마른 새 대추야자다.>


같이 간 이라크 동료 말이, 아직은 새 대추야자들이 나오질 않았으니 많이 사두지 말라고 했다. 모르긴 몰라도 두어 달 후면 새 대추야자들이 시장에 등장할 것이다. 



<Sunday 5/20/2012, Dates Market, Sharjah, U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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