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의자 도착

Peeping@theWorld/Days in UAE 2012/05/24 04:21 WallytheCat

학년이 새로 시작되는 가을학기에는 휴일들이 줄지어 있어, 어영부영 공부 하다 말다 하다 보면 한 학기가 빠르고 쉽게 간다. 봄학기는 가을학기와 다르게 휴일도 별로 없어 그런지, 날이 점점 더워지는 때라 심리적인 부담을 안게 되어 그런지는 모르지만 같은 십오 주 기간의 학기인데도 유난히 지루하고 길어 시계가 느리게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다 학기가 끝날 즈음의 마지막 몇 주는 그 분위기가 돌변하여 숨쉬기도 힘든 팽팽한 긴장이 감돌게 된다. 이 때 서로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는 등 말 한 마디 삐끗 실수하여 말다툼을 벌이게 되는 일도 비일비재하기 마련이다. 한 학년을 마무리하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지구 어느 학교에서건 그 풍경이 비슷할, 사학년 졸업생들에게는 졸업작품전시회 준비때문에 정신이 없는 것은 더 말해보아야 무엇하랴.

몇 주 전부터 졸업전시회 개막에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주실 샤자 통치자께서 허락한 날짜가 언제가 될 지는 '감히' 미리 알 수 없으니, 전시회 도록이나 초대장 등은 전시회 시작 날짜만 비워두고 인쇄 준비를 마쳐 대기 중 모드로 들게 해야 한다. 그렇다더라, 혹은 아니라더라, 하며 날짜에 관해 서로 주워 들은 소문을 주고 받는 일주일쯤이 지나고, 드디어 내일 목요일 아침으로 정해졌다. 올해는 다른 학교에 날짜를 빼앗겨 오프닝이 조금 늦어졌다. 다른 학교는 다름 아닌 내 남편이 일하는 학교다.

그분과 그분의 측근들이 행사를 마치고 예의상 차 한 잔을 위해 잠시 앉게 되실, 이 금빛으로 칠한 의자들이 언제 도착하나를 기다리고 있었더니만, 오늘 오후 드디어 트럭에 실려 배달된 게 보인다. 의자 하나를 뒤집어 머리에 쓴 채 나르는 청소원 한 사람을 만났다. 나랑 눈이 마주치자, 그도 그 모습을 보는 나도 "하하" 유쾌하게 웃는다. 그는 의자를 뒤집어 모자처럼 쓴 자신이 우스울 것이란 걸 이미 알고 있으니 웃는 것이고, 그걸 본 나는 그의 마음을 읽고는 웃음이 났다.

내일 아침, 깨끗하고 단정한 옷으로 단장하고 출근해야 하니 좀 일찍 일어나야겠다. 모두에게 아주 즐거운 날 되리라 믿는다.

저 뒤에 중요한 회의를 위해 학교에 도착한 부총장님께도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나는 도착한 금빛 의자를 더 반기며 사진을 찍었다. 지금 사진을 보며 생각하니, 조금 서운하셨을 수도 있겠다 싶다, 하하. 

<Wednesday 5/23/2012, College of Fine Arts and Design, University of Sharjah, U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