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ping@theWorld/Days in UAE 2012/05/15 01:36 WallytheCat
1.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 (Curiosity Killed the Cat.)
수백 갈래 가늘고 촘촘하게 땋아 허리까지 풍성하게 늘어 뜨린, 근사한 아프리카식 머리 모양(마이크로 브레이딩, micro braiding)을 늘 완벽하게 유지하고 다니는 내 동료가 하나 있다. 물어보니 그 머리를 해온지 일곱 해쯤 된다고 했다. 그렇게 땋은 머리는 두어 달쯤 후에는 앞과 뒤를 고쳐 땋아야 하지만 대개는 석 달쯤 유지가 가능하단다. 이번에 한 짙은 청색을 띤 찰랑찰랑한 머리는 정말 멋지다. 물론 보기에 근사하긴 하지만, 그 머리가 완성되기까지 얼마나 긴 시간의 노동을 요하는 일인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마이크로 브레이딩은 뒷머리 끝부터 시작해 촘촘하게 땋아 올라가는 과정을 거치는데, 대략 1cm 평방의 머리카락을 한 번에 잡아서는 손질해 놓은 인조 머리카락과 함께 땋는다. 인조 머리카락은 대개 본인의 머리카락보다는 훨씬 길다. 머리 전체를 다 완성하는데 여덟 시간이 넘게 걸리는 과정이란다. 두세 시간 걸리는 파마도 지겨워 하기 싫은데, 여덟 시간이라니... 아름다움을 위한 열정적 투자라 아니할 수 없다.
호기심 많은 동료 S가 지난 주부터 그 머리에 꽂혀서는, 그 비슷한 거라도 한 번 해보고 싶다며, 날더러 주말에 그 미용실에 함께 가보자는 거였다. 나는 가능하면 말리고 싶어, 그 머리모양이 머리도 자주 감을 수 없고, 간수도 쉽지 않고, 머리가 당겨져 후일 그 때문에 모발이 다 빠져버리면 어쩔 거냐며, 가능한한 부정적인 면을 늘어놓았다. 그런 내 말에, 시방 머리카락도 무쟈게 희어지는 이 판국에, 아직 머리카락이 남아있을 때 해보고 싶은 건 한 번 해봐야하지 않겠냐며 집요했다.
사실 내게도 그 과정에 관한 약간의 호기심이 일던 터이긴 했다. 같이 가보는 것이야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아까운 주말 하루를 내내 미장원에 앉아있어야 한다는 상상에 심란함이 앞섰다. 일단 거절을 하긴 했지만, 혼자 보내기도 좀 염려가 되어, 마지못한 척 같이 가 주기로 했다.
두바이의 데이라(Deira) 지역에 있다는 그곳은 듣고 보니, 미용실이 아니라 미용사와 그 가족이 사는 아파트라는 거다. 낯선 사람의 집에 간다는 것 자체가 마음이 편치 않았다. 물어물어 찾아간 그 집의 상태는 아니나 다를까, 내 가벼운 수준의 인내로는 감당이 쉽지 않은 곳이었다. 남의 집 살림을 길게 흉 볼 것까지는 없고, 그저 한 마디로 한 방의 폭탄이 방금 투하된 것 같은 모습이라고 해 두자.
폭탄이 투하된 것 같은 난리굿 속에서 두어 시간 후 미용사가 다른 손님의 일을 마쳤을 때, 더 이상은 그곳에 앉아 있을 수 없던 내가 이런 제안을 했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니, 손님인 내 친구가 편안한 분위기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내 친구 집으로 이동하면 어떻겠냐"고. 미용사 말이, 출장비를 얹어 주면 가능하다는 거였다. 머리 해주는 비용도 이미 상당한 거금인데, 출장비 운운하는 미용사는 욕심도 많다. 귀한 미용사를 모시고 친구 집에 도착하니 이미 오후 다섯 시가 되었다.
친구가 하고 싶다는 머리는 '픽 앤드 드롭(pick and drop)'이란 스타일로, 머리카락을 조금씩 잡아 인조 머리카락과 함께 촘촘히 땋는 건 '마이크로 브레이딩'과 그 시작이 같은데, 머리카락 총 길이 중 뿌리 쪽의 7-8cm만 땋아 매듭을 짓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땋지 않는 나머지 긴 머리카락은, 실로 묶고 당겨 돌돌 말린 그 부분을 방금 끓인 뜨거운 물에 담궜다 꺼내는 방법으로 웨이브를 주게 된다. 이 날은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웨이브 작업은 다른 날을 잡아서 하기로 하고 일을 마쳤다. 나는 내내 인조 머리카락을 적당량씩 떼어 미용사에게 건네주는 보조 역할을 했다. 덕분에 시간이 반으로 줄었다며 고마워 했다.
수백 갈래 가늘고 촘촘하게 땋아 허리까지 풍성하게 늘어 뜨린, 근사한 아프리카식 머리 모양(마이크로 브레이딩, micro braiding)을 늘 완벽하게 유지하고 다니는 내 동료가 하나 있다. 물어보니 그 머리를 해온지 일곱 해쯤 된다고 했다. 그렇게 땋은 머리는 두어 달쯤 후에는 앞과 뒤를 고쳐 땋아야 하지만 대개는 석 달쯤 유지가 가능하단다. 이번에 한 짙은 청색을 띤 찰랑찰랑한 머리는 정말 멋지다. 물론 보기에 근사하긴 하지만, 그 머리가 완성되기까지 얼마나 긴 시간의 노동을 요하는 일인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마이크로 브레이딩은 뒷머리 끝부터 시작해 촘촘하게 땋아 올라가는 과정을 거치는데, 대략 1cm 평방의 머리카락을 한 번에 잡아서는 손질해 놓은 인조 머리카락과 함께 땋는다. 인조 머리카락은 대개 본인의 머리카락보다는 훨씬 길다. 머리 전체를 다 완성하는데 여덟 시간이 넘게 걸리는 과정이란다. 두세 시간 걸리는 파마도 지겨워 하기 싫은데, 여덟 시간이라니... 아름다움을 위한 열정적 투자라 아니할 수 없다.
호기심 많은 동료 S가 지난 주부터 그 머리에 꽂혀서는, 그 비슷한 거라도 한 번 해보고 싶다며, 날더러 주말에 그 미용실에 함께 가보자는 거였다. 나는 가능하면 말리고 싶어, 그 머리모양이 머리도 자주 감을 수 없고, 간수도 쉽지 않고, 머리가 당겨져 후일 그 때문에 모발이 다 빠져버리면 어쩔 거냐며, 가능한한 부정적인 면을 늘어놓았다. 그런 내 말에, 시방 머리카락도 무쟈게 희어지는 이 판국에, 아직 머리카락이 남아있을 때 해보고 싶은 건 한 번 해봐야하지 않겠냐며 집요했다.
사실 내게도 그 과정에 관한 약간의 호기심이 일던 터이긴 했다. 같이 가보는 것이야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아까운 주말 하루를 내내 미장원에 앉아있어야 한다는 상상에 심란함이 앞섰다. 일단 거절을 하긴 했지만, 혼자 보내기도 좀 염려가 되어, 마지못한 척 같이 가 주기로 했다.
두바이의 데이라(Deira) 지역에 있다는 그곳은 듣고 보니, 미용실이 아니라 미용사와 그 가족이 사는 아파트라는 거다. 낯선 사람의 집에 간다는 것 자체가 마음이 편치 않았다. 물어물어 찾아간 그 집의 상태는 아니나 다를까, 내 가벼운 수준의 인내로는 감당이 쉽지 않은 곳이었다. 남의 집 살림을 길게 흉 볼 것까지는 없고, 그저 한 마디로 한 방의 폭탄이 방금 투하된 것 같은 모습이라고 해 두자.
폭탄이 투하된 것 같은 난리굿 속에서 두어 시간 후 미용사가 다른 손님의 일을 마쳤을 때, 더 이상은 그곳에 앉아 있을 수 없던 내가 이런 제안을 했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니, 손님인 내 친구가 편안한 분위기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내 친구 집으로 이동하면 어떻겠냐"고. 미용사 말이, 출장비를 얹어 주면 가능하다는 거였다. 머리 해주는 비용도 이미 상당한 거금인데, 출장비 운운하는 미용사는 욕심도 많다. 귀한 미용사를 모시고 친구 집에 도착하니 이미 오후 다섯 시가 되었다.
친구가 하고 싶다는 머리는 '픽 앤드 드롭(pick and drop)'이란 스타일로, 머리카락을 조금씩 잡아 인조 머리카락과 함께 촘촘히 땋는 건 '마이크로 브레이딩'과 그 시작이 같은데, 머리카락 총 길이 중 뿌리 쪽의 7-8cm만 땋아 매듭을 짓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땋지 않는 나머지 긴 머리카락은, 실로 묶고 당겨 돌돌 말린 그 부분을 방금 끓인 뜨거운 물에 담궜다 꺼내는 방법으로 웨이브를 주게 된다. 이 날은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웨이브 작업은 다른 날을 잡아서 하기로 하고 일을 마쳤다. 나는 내내 인조 머리카락을 적당량씩 떼어 미용사에게 건네주는 보조 역할을 했다. 덕분에 시간이 반으로 줄었다며 고마워 했다.
반쯤 절약된 시간은 어찌 했냐고? 전혀 관심도 없다던 내 머리를 50-60 갈래 땋는 시간으로 썼다. 그 작업도 세 시간이나 걸렸다. 사진에서 잘 보이진 않지만 내 머리에는 짙은 청색과 자색의 인조 머리카락을 섞어 썼다.
내 머리까지 마치고 나니 거의 새벽 한 시가 되었다. 며칠 지나 한 번 더 마무리를 해야할 테지만 일단 호기심으로 시작된 험난하고도 길었던 아프리카식 땋은 머리 체험은 무사히 일단락을 지었다. 호기심 넘치는 친구의 고양이 아니랄까봐, 그 집 고양이 '엘비스' 역시 호기심을 거두지 못하고 계속 방으로 들어와 수다를 떨며 참견이다. 티비 앞에 임시로 가져다 놓은 거울 앞에 앉아서 자신의 매력에 도취한 모습이라니.
<Saturday 5/12/2012>
2. 그 이틀 후...
오늘 오후, 아프리카식 땋은 머리를 같이 한 친구 S가 학교에서 내 방으로 와서 하는 말이, 머리를 자주 감을 수 없다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 얹혀진 인조머리 무게에 대한 부담감으로 일이 손에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며 땋은 머리를 다 풀어 없애고 싶다는 거다. 지난 주에 보였던 왕성한 호기심과 기대는 이미 깨끗이 사라지고 없다. "그 때 내가 뭐라 그랬냐, 이런 순간이 며칠 안에 올 거라고 분명 말했지." 라고, 내가 말했다. 머리를 풀면 가만 두지 않겠다고 협박까지 해서 보냈다.
친구를 그렇게 말리고, 야단치고, 퇴근하고 집에 와서 내가 바로 한 일은? 내 옆 머리에서 스무 개쯤을 풀어 버렸다. 안경이나 선글라스를 귀에 걸치는 일도 어렵고 옆머리가 무거우니 신경이 너무 쓰여서 말이다. 친구나 나나 하는 짓 보면 오십보 백보다. 그러니 친구다.
일 년이면 미용실에 한두 번이나 가니, 나 같은 사람만 있다면 미용 관련업자들 다 굶어죽을 거라며 걱정을 하던 내가, 아프리카식 부분 머리에 쓴 돈은 거금이라 차마 언급하기도 민망하다. '죽기 전까지 해보고 싶은 일, 혹은 해야 할 일 백 가지' 같은 목록이라도 작성해서 '마이크로 브레이딩 해보기'는 '해 보았음'으로 체크 표시해 두는 걸로 만족할 일이다.
*Curiosity killed the cat.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호기심이 지나치면 위험하다.)"는 속담입니다. 잔뜩 품은 아프리카식 머리스타일을 향한 호기심에 관해 쓰다보니 이 속담이 절로 떠오르더군요.
오늘 오후, 아프리카식 땋은 머리를 같이 한 친구 S가 학교에서 내 방으로 와서 하는 말이, 머리를 자주 감을 수 없다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 얹혀진 인조머리 무게에 대한 부담감으로 일이 손에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며 땋은 머리를 다 풀어 없애고 싶다는 거다. 지난 주에 보였던 왕성한 호기심과 기대는 이미 깨끗이 사라지고 없다. "그 때 내가 뭐라 그랬냐, 이런 순간이 며칠 안에 올 거라고 분명 말했지." 라고, 내가 말했다. 머리를 풀면 가만 두지 않겠다고 협박까지 해서 보냈다.
친구를 그렇게 말리고, 야단치고, 퇴근하고 집에 와서 내가 바로 한 일은? 내 옆 머리에서 스무 개쯤을 풀어 버렸다. 안경이나 선글라스를 귀에 걸치는 일도 어렵고 옆머리가 무거우니 신경이 너무 쓰여서 말이다. 친구나 나나 하는 짓 보면 오십보 백보다. 그러니 친구다.
일 년이면 미용실에 한두 번이나 가니, 나 같은 사람만 있다면 미용 관련업자들 다 굶어죽을 거라며 걱정을 하던 내가, 아프리카식 부분 머리에 쓴 돈은 거금이라 차마 언급하기도 민망하다. '죽기 전까지 해보고 싶은 일, 혹은 해야 할 일 백 가지' 같은 목록이라도 작성해서 '마이크로 브레이딩 해보기'는 '해 보았음'으로 체크 표시해 두는 걸로 만족할 일이다.
*Curiosity killed the cat.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호기심이 지나치면 위험하다.)"는 속담입니다. 잔뜩 품은 아프리카식 머리스타일을 향한 호기심에 관해 쓰다보니 이 속담이 절로 떠오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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