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Ohio

너무 붉어 서럽다

WallytheCat 2018. 11. 25. 01:50

Peeping@theWorld/Days in Ohio 2016/11/15 12:33 WallytheCat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낭랑한 초록빛이던 집앞의 단풍나무가 며칠 만에 변심을 해 붉은빛으로 변하더니 점점 더 검붉은 색을 띤다. 이러다 이달 말이면 잎이 떨어지겠구나 싶었는데, 웬걸, 정들 틈도 주지 않고 어제 오늘 이틀 사이 내린 서리와 함께 수북하게 잎을 떨구고 만다. 마치 어느 봄날, 비바람과 함께 우수수 떨어진 붉은 꽃잎을 볼 때 마냥 왠지 서러운 마음이 든다. 마치 밤새 울다가 새벽을 맞이한 시간, 눈물이 말라 더이상 흐를 눈물도 없는데 그 긴 울음의 여운이 쉽게 잦아들지 않는 느낌이랄까. 너무 울어 머리가 다 지끈거리는 느낌이랄까.


<Wednesday 11/9/2016>


<Friday 11/11/2016>




2012년 12월, 대한민국 여권을 소지한 사람으로서 처음이자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긴 시간 운전까지 해가며 대선 투표에 참여했건만 그 결과는 참으로 암담했다. 그녀가 집권하는 오년 간 한국 땅에 발도 들여놓고 싶지 않았던 게 당시 심정이었다. 그럼에도, 그저 무심하게 살고 싶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더듬이는 늘 어쩔 수 없이, 여전히 대한민국 쪽으로 향했다. 좋든 싫든 내가 태어나고 자라고 교육 받은 곳이며, 내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살아가는 곳이기도 하니까. 사년이 지난 지금 고백하건대, 단 하루도 그녀의 하야를 바라지 않은 날 없었다만 막상 대한민국 거의 모든 국민이 그걸 함께 바랄 날이 오게 될 줄이야.

2016년 11월, 엎친데 덮친격으로, 미국 대선의 결과는 나로 하여금 입을 떡벌리고도 할말을 찾을 수 없게 만들었다. 내 생애 여지껏 본 중, 미국은 부시의 팔년 집권이 최악인 줄 알았더니만, 기는 놈 위에 뛰는 놈,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더니, 더 한 자가 집권을 하게 되었단다. 이 나는 자가 임기를 얼마나 남기고 물러설 것인지 씁쓸한 마음으로 내기라도 해야하나.


<Monday 11/14/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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