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ping@theWorld/Days in Ohio 2017/10/18 06:39 WallytheCat
올해는 봄부터 지금까지 새로운 씨앗을 뿌리지 않았다. 이리 당당하게 말한 것과는 달리 별 의도가 있던 건 아니다. 마음이야 마당에 매일 나가 풀도 뽑고, 때맞춰 새로운 것도 심어, 반짝반짝 거듭나게 하고 싶지만, 한 번에 하나씩밖에 해낼 여력이 없는 사람인지라 내 할 일 주요 목록에서 빠진 마당은 늘, 마지못해 최악은 면한 듯한 꼴을 하고 있다.
그래도 여러해살이풀들은 바뀌는 계절마다 어김없이 잎을 내고, 꽃을 피워주니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심지 않고 내버려 둔 뒷마당의 화분들은 날 잡아 다 치워버려야겠다는 생각 역시나 그저 생각일 뿐 몸은 그 마음에 동조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웬걸, 한여름 어느 날 창밖을 내다보니, 화분마다 그득히 깻잎으로 채워져 있는 게 아닌가. 작년에 화분에 떨어졌던 씨들이 스스로 알아서 싹을 내고 잎을 내기로 했던 모양이다.
게으름이 준 선물이랄까. 올여름엔 그 덕에 깻잎 조림도 여러 번 해 먹었고, 고기를 구워 먹을 때나 국수를 끓여 먹을 때도 깻잎을 고명으로 얹었다. 그것들이 이제 다시 줄기마다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으며 내년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이젠 그 때문에라도 빈 화분들을 치울 수가 없을지도.
<8/18/2017>
<10/11/2017>
<Wednesday 10/4/2017, 한가위 날 퇴근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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