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가기 싫은 곳 중 한 곳이 미용실이다. 그래도 사회 생활을 하는 사람으로서, 사람꼴은 하고 살아야 하는 최소치가 있는 법이니, 일년에 두어 번은 가려고 노력은 한다. 노력을 한다기 보다 미용실 다녀온 지 반 년쯤 지나면, 더 이상은 내가 어찌해 볼 수 없을 정도의 상태가 되니 어쩔 수 없이 가야하는 거다.
현재 내 활동 반경에서 주어진 두 군데의 선택권이 있다. 작년에 누군가의 소개로 한 번 갔던, 머리카락을 제법 잘 만지기는 하지만, 끊임없는 말, 말, 말에다 개인사를 하도 디테일하게 캐어 물어 파마 끝무렵에는 나의 신경을 온통 곤두서게 하고야 마는 신묘한 재주를 부리던 사람이 일하는 곳이 그 한 곳이요, 머리 손질은 대략 70%의 만족을 주며, 말은 많이 하는데 그 언어가 분명 한국어인 듯 아닌 듯, 그 말 내용의 50% 정도는 내 언어 능력으로는 도저히 알아 들을 수가 없는, 그러나 네, 네 하며 적당한 말미에 추임새만 넣어 주면 되는 사람이 일하는 곳이 또 다른 한 곳이다.
놀토 아침에 남편이 차려주는 와플을 먹은 후, 잠시 게으름을 피우다 결국 내가 전화를 넣은 곳은 두 번째 장소다. 결과물이 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머리를 맡기고 앉아 적당히 추임새만 넣어도 되는 쪽을 나는 선택한 것이다. 틀림없이, 머리카락 서비스를 받고 온 그 다음 날 나는 가위를 들고 스스로의 머리를 다듬고 있을 것이다.
전화를 했더니, 받으며 다른 사람과 말을 하는 건지 내게 말을 하는 건지... 역시나 분명치가 않은 것이, 그 사람이 맞다. 오늘 바쁘냐고 물었더니, 바쁘단다. 파마를 하고 싶은데 가도 되냐고 했더니 다섯 시에 오란다. 예약을 하는데 내 이름이 필요하냐고 물었더니, 예의상 건성으로 이름을 받는다. 아마도 예약 장부에 '5:00 파마 손님' 이렇게 적어 놓으면 되는 시스템인 모양이다. 이름 같은 건 필요도 없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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