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Ohio

애기를 애기라 부를 수 없어

WallytheCat 2019. 10. 8. 11:10

'애기(Aggie)'라 부르던 새끼 고양이 이름을 한 달만에 '아기(Augie)'라 바꿔 부르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둘째 시누이 집 미국독립기념일 파티에 갔던, 지난 7월 6일 토요일이었다. 이름이 '애기'인,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녀가 보이질 않아 별생각 없이 아이들 아빠한테 "네 부인은 어디 있는데, 안 보이느냐"고 물었더니, 사실 오늘 모두에게 밝힐 생각이었다며, 망설이는 기색도 없이 내게 이런 말을 한다. "지난 겨울, 동료 남자랑 바람이 나서는 그들 각자의 가족을 모두 버리고 둘이 나가 살림을 차려 살고 있다. 양 가족은 현재 모두 풍비박산이 난 상태라"는 거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라 뭔가로 머리를 한 대 심하게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이 왔다.


아직 고물고물 어리기만 한 저것들을 버리고 '애기'는 새로운 사랑을 선택했구나. 그녀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전혀 없는 관계로 난 중립을 지키는 게 맞지만, 또래에 비해 유난히 덩치가 작은 그 남매 아이들이 눈에 밟히는 걸 어쩔 수가 없었다.


어쨌거나, 그 얘기를 들은 다음 날부터 나의 새끼 고양이를 도저히 나는 '애기'라 부를 수가 없었다. 남편은 오래 전 만화 영화의 주인공인 '아기 도기(Augie Doggie)' 얘기를 하며, 딱 어울리는 이름 같으니 그렇게 부르자고 했다. 그런 연유로 나의 '애기'는 '아기'가 된 것이었다. 내가 하도 큰 소리로 하루에도 수십 번씩 '아기'라 부른 결과, '아기'는 이제 자기 이름이 '아기'인 줄 안다.


<Augie, Friday 9/13/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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