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UAE

네가 더위를 아느냐?

WallytheCat 2018. 11. 20. 18:26

Peeping@theWorld/Days in UAE 2006/07/19 07:54 WallytheCat






며칠 후면 이곳 여름을 피해 잠시 떠난다. 도로는 이미 한 달 전부터 한산해졌다. 떠나지 못해 여름을 등에 지고 사는 유난히 신경질적인 운전자들만 도로에 남은 듯해 보인다.



짐을 싸야할 때가 된 것 같아 가방들을 꺼내 놓기는 했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넣을 것이 없다.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다. 항상 뭔가를 조금이라도 더 넣어 떠나려던 나였는데... 그냥 낡아빠져 편하게 된 여름 옷이나 몇 벌 가져가 입다 새 옷이 필요하면 사기로 한다. 여기서 쓰던 카페트나 두어 개 가져가기로 하고. 짐싸기 끝.



이곳의 여름은 대략 5월부터 시작된다고 해야겠다. 그 때부터 매일 조금씩 기온이 오르면서 여름 날씨에 대한 부담감도 조금씩 더해진다. 일년 중 가장 힘든 때는 7월과 8월. 이 때의 평균 기온은 섭씨 48도(=화씨 118도) 정도에 습도는 거의 80-100%에 이른다. 지금이 바로 그 때다. 마음의 준비로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한 후, 에어콘 없는 밖에 나가면 바로 안경이 뿌옇게 되고, 드러난 손발은 물을 쥔 듯하다.



이곳에서 가장 날씨가 좋은 때는 11월부터 4월까지 5-6개월. 이 기간의 날씨는 제법 쾌적하다. 한 겨울인 12월과 1월 중 비도 조금 구경할 수 있다. 이 때는 하늘도 맑은 날이 많다. 연평균 강우량은 해변의 경우 120mm, 산간지방의 경우는 350mm 정도.



여름을 통째로 이 나라에서 보내는 건 다음 한 해를 위해서라도 썩 건강한 일도, 권장할 만한 일도 아니다. 여름에 잠시라도 이곳을 뜨지 않고 버티며 모든 에너지를 이 더위 속에서 소모해 버리고 나면, 그 다음이 문제다. 마치 충전되지 않은 건전지를 넣어 어거지로 가동시켜 보려는 전자제품처럼이나 몸과 마음이 삐그덕거리며 작동을 거부하는 꼴을 경험해야 하니 말이다.



어디든 가서 초록도 보고, 밖에 앉아 눈치볼 일 없이 돼지고기도 지글지글 구워 먹어 보기도 하고, 민소매와 반바지라도 입고 길거리를 쏘다녀 보기도 해야 한다. 돌아다니다 지치면, 길에 내놓은 파라솔 아래 앉아 거리낌없이 시원한 맥주라도 한 잔 마신 후 손등으로 입을 쓱 훔쳐도 봐야한다. 길 가다 소나기라도 만나면, 머리에 손 얹어 피할 일이 아니라 그냥 걸으며 옷이 젖게 내버려둬 보기도 해야 한다. 양갈래 머리 꼬마 아가씨 수지처럼 물 웅덩이만 골라 첨벙대며 걷는 것도 기억에 남을 일이다.



그 동안 소통이 안 되던 파키스탄 정원사. 집앞에 화분을 내다 놓을 테니 물 좀 주라는 부탁을 하는데 도무지 알아듣질 못한다. 이런 때를 위해 몇 마디 울두(*Urdu)로 된 말을 적어 놓을 걸 하는 아쉬움도 생긴다. 그래도 오늘 아침엔 약간의 지폐와 함께 설명을 했더니 바로 알아 듣는다. 아마도 돈을 주었기 때문에, 뭔가를 부탁하는 구나 하는 메시지가 와 닿았는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되었다. 살아있는 놈들 죽이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이젠 정말 떠날 준비가 되었다. 모래 말고, 초록을 보러 가자.



(*Urdu: 울두 말. Hindustani 말의 일종; 주로 인도 이슬람교도들 사이에서 쓰이며 파키스탄의 공용어)



"Please, water my garden everday"를 울두로 하면 다음과 같다는 친구의 이메일을 뒤늦게 받았다.

여기 적어 두었다가 다음에 멋지게 써 먹으리라.


"PLEASE, MERE  GARDEN  MAY  HAR-ROSE  PANI  DIJIYE"
MERE: my, mine
GARDEN: garden
MAY: in, on
HAR-ROSE: daily, everyday
PANI: water
DIJIYE: give


'Days in UA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막으로 돌아오다  (0) 2018.11.20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답니다  (0) 2018.11.20
금요일은 공휴일  (0) 2018.11.20
도야지 하니 생각나는 것  (0) 2018.11.20
은밀함의 두 번째: 도야지 괴기  (0) 2018.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