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UAE

너도 일탈을 꿈꿨더냐

WallytheCat 2018. 11. 21. 17:27

Peeping@theWorld/Days in UAE 2008/03/15 04:31 WallytheCat



오늘부터 봄방학이다. 주말을 앞뒤로 끼면 한 열흘 간의 방학이 된다. 그 때문에 이미 며칠 전부터 학교는 거의 파장 분위기였다. 느린 것에, 학생들의 게으름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다 싶던 내게 조차도 너무나 느리고 지루해 거의 고문이다 싶던 며칠이었다.


그저 어디론가 집으로부터, 보는 곳마다 학교 천지인 대학촌으로부터 잠시라도 떠나 있고 싶은 마음이 들어 수업이 끝나자마자 길을 나섰다. 도로에는 예외없이 지그재그 질주를 즐기는 미친 자동차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어쩌면 그 미친 자동차 속 사람들도 너무나 느린 이곳의 삶에 머리라도 쥐어 뜯고 싶은 심정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생전 처음으로 그들을 두둔하는 마음이 생긴다, 0.1초 동안. 그래도 남의 목숨까지 담보로 하는 게임에는 찬동할 수 없다는 기존의 관념이 재빠르게 내 앞을 가로막고 나선다.

에미리트 도로 311번. 103번 출구로 나왔어야 하는데, 그 전에 미리 나와 약간 길을 잃었다. 붉은 모래가 잔뜩 쌓인 채 사람이 잘 다니지 않아 보이는 라운더바웃에서 차를 돌려 다시 311번 도로로 돌아가려고 차를 움직이는 중이었다. 저만치 앞, 경찰차 두 대가 길을 헤매고 돌아다니는 낙타 한 마리를 어찌해 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게 보인다. 경찰 한 사람은 차에서 내려 낙타에게 큰 손짓과 발짓, 그리고 낙타의 언어가 아닌 사람의 언어로 설득을 시도하는 중으로 보인다. 낙타는 고개를 세차게 가로젓는다. 어차피 떠난 길, 내 순순히 당신을 따라 되돌아가진 않겠노라는 듯.

길을 잃어 얼떨결에 두 경찰차와 낙타와의 대치 상황 사이에 끼게 되었다. 물론 전후 사정에 관계 없이, 순전히 편파적으로 낙타 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걸 어쩌랴. 실제로는 그저 우연히 농장의 출입문이 열려 있어 배도 부른 김에 별생각 없이 객기 한 번 부려본 걸지도 알 수 없으나, 나는 마치 낙타가 그 자신의 자유를 위해 분연히 일어나 투쟁이라도 하다 체포되는 순간을 목격하기라도 한 듯 조금 흥분한다.

어떻게든 낙타가 위험한 고속도로가 아닌, 더 깊은 사막으로 사막으로 무사히 도망쳐, 남은 생의 자유를 한껏 누렸으면 한다는 기대까지 품어 본다. 우연히 부려본 객기였던들 어떠랴. 우연을 가장한, 객기를 가장한 운명과의 만남이 세상엔 널렸지 않더냐.

뛰어라, 낙타야, 뛰어! 더 멀리, 더 빨리. 그리하여 본래 네가, 네 조상이 살던 자연으로 돌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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