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UAE

그 분이 오셨다

WallytheCat 2018. 11. 21. 17:20

Peeping@theWorld/Days in UAE 2008/03/10 04:39 WallytheCat


지난 수요일 저녁, 샤자 현대미술관에서 'Together'라는 주제로 호주 미술 작가들의 초대전 오프닝이 있다고 하여, 내가 가진 신발 중 가장 높은 샌들을 신고 갔더랬다. 매번 어디 구경 났다 하면, 주인공은 못보고 내 앞을 막고 선 키 큰 사람들의 등짝만 실컷 보다 오곤 했던 기억이 나서, 좀 높은 데서 시야를 조금이라도 넓혀 보려던 계산속이었다.

시간이 임박해서 그런지 미술관 근방은 이미 차량을 통제하고 있었다. 멀찌감치 길에 주차를 한 후 걸어서 입구를 향해 걸어가는데, 경호 차량 등이 제법 삼엄하다. 출입문 앞 바닥에는 벌써 빨간 양탄자를 펼치는 작업을 하는 중이었다. 그 속에서 진두지휘하는 사나이가 있었으니, 이곳 샤자 문화정보부란 데서 중책을 맡고 있는 '에이치'씨였다. 멀리서부터 이쪽 일행을 알아 보고 활짝 웃고 서있다. 지난 일월 한국서 보고는 두어 달 만인가 보다.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를 크게 외친다.

그런 그에게 나도 반갑게 인사를 하며, "내 댁을 여기서 만날 줄 알았수. 이거 한국 청주 갔던 날 찍은 사진이유." 하며 집에서 구워온 씨디 한 장을 건네 준다. 지난 일월, 섭씨 영하 십일 도쯤 되던 날, 마침 한국에 출장 와있던 이 양반을 만나 같이 청주에 가 지난 십일월 샤자에 와서 전시를 하셨던 'Sook'이란 분도 만나 점심도 먹고, 박물관에도 가고, 그 분의 작업실 구경도 했던 날 사진이다.

미술관 안으로 들어가니 벌써 초대된 호주 작가들이 일렬로 서 있고, 카메라 크루들도 모두 대기 상태였다. 흠... 여느 전시회 오프닝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드디어 그 분이 빨간 양탄자를 밟고 들어 오셨다. 작가들 이름을 소개받으며, 악수를 나누고 계시는 중이다. 그 분이 누구신가 하면, 이 샤자라 불리는 에미리트를 통치하고 계신 통치자이시다. 종종 중요한 행사에 왕림하신다. 그 분의 영문 공식 함자는 이렇다: His Highness Dr Sheikh Sultan bin Mohammed Al Qasimi, UAE Supreme Council Member and Ruler of Sharjah. 그러니 연설에서든 뉴스에서든 그 분의 함자를 자주 언급해야 한다고 상상해 보면... 끝나길 기다리려면 시간 좀 걸린다.



이름까지야 알 수 없지만, 샤자 TV를 켜면 통치자 배후로 자주 비치는 얼굴들이 그 뒤를 따르고, 전통 복장을 갖춘 경호원들도 제법 여러 명 서 있다. 여자들은 마치 들으라는 듯 귓속말보다 큰 소리로 옆 사람들과 속삭인다, 경호원들이 얼마나 듬직하고 잘생겼는지를... 




그 경호원들이, 사진 좋은 데서 찍으라고 내 자리까지 마련해 준다. 아, 내가 뭘 잘 보인 걸까. 문제는, 문제는 말이다. 주머니에 넣어가지고 댕기는 내 사진기의 성능이 요 정도 밖에 안 된다는 거다. 스티븐 켄트 사진 한 장 주욱 당겨 찍고 싶었는디... 낭패다.

<왼쪽에서 세 번째: 샤쟈 통치자, 오른쪽에서 두 번째: 호주 음악가 스티븐 켄트(Stephen Kent)>


식사도 대충 마치고, 우리의 친구 '에이치'씨, 샤자 방송과 인터뷰도 당당하고 의젓하게 하고 있다. 한국서 추운 날, 춥고 발 시려워 덜덜 떨던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다. 이런 걸 일러 '제 물에서 논다'라고 하는 것 아니겠는가.

<Sharjah Contemporary Art Museum, 3/5/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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