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UAE

모두 그저 각자의 길을 갈 뿐

WallytheCat 2018. 11. 24. 20:58

Peeping@theWorld/Days in UAE 2011/12/08 06:27 WallytheCat 




자기 외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 자기 성질에 못이겨 자주 불 같이 화를 내는 사람, 그럼에도 왜 아무도 자기를 찾지 않을까를 서운해 하는 사람이 바로 이번 학기 새로 온 윗사람이다. 기본적으로 여자를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라 혹여 어린 시절 모친과의 관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던 건 아닌가 의심이 가는 사람이기도 하다. 지구 인구의 반은 여자인데, 그 많은 여자들을 다 적대시 하기에는 삶이 너무 고달프지 않을까.  

그가 마음에 드는 딱 한 가지가 있긴 하다. 점심 시간에 회의를 하기로 하면, 케이터링(catering)을 주문하여 식사를 준비해 놓는다는 것이다. 자기 돈 쓰는 것도 아니면서, 단 한 번도 그런 적 없는 '구관'과는 비교되는 부분이다. 어제가 이번 학기로 세 번째 전체 회의인데, 오늘도 예외없이 소박하지만 점심 밥상이 차려져 있었다.

그래도, 그래도 말이다. 값싼 음식 같은 거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기로 하자, 전체 회의를 한다기에 미리 그런 다짐을 했었다. 지침도 세웠다. 그 사람 가까이에 앉지 말 것이며, 가능한한 입은 열지 말기로 하자. 그냥 한두 시간 조용히 졸다 나오자. 그런데 이 회의란 게 오후 수업까지 방해하며 세 시간이나 지속되었다. 게다가 그 다짐을 흩뜨리는 변수가 생길 줄이야.

무슨 위원회에서 일할 사람이 필요하다며 사람을 추천하라는데, 지들이 하고 싶지 않으면 조용히나 있을 것이지, 마치 무리 중에서 빨갱이라도 솎아내듯, 여럿이서 나를 지목하는 거다. 내 성격상 혼자 일하고 모임에 가 내가 일하는 단과대를 대표하는 일이라면 사실 못할 것도 없다. 허나 그 일에 두 사람이 필요한데, 한 사람은 이미 정해졌고 도우미가 필요하다는데 날더러 그 일을 도와 같이 하라는 거다. 게다가 미리 정해진 사람이 M씨라니, 그건  나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에 가깝다.

그 일은 사실 지난 몇 년 내가 혼자 해왔던 일이다. 올해는 그 일에서 벗어나고 싶어 처음부터 손대지 않았다. 내가 완강하게 거절을 하니 새로 온 윗사람이 그 이유가 뭐냐고 묻는데, 대놓고 "저 M씨를 당신이 아직 모르는 모양이요. 저 사람이랑 같이 일을 했다가는, 일은 나 혼자 코피 터지게 다 하고 공은 자기가 다 차지하는 것은 물론, 종국에는 내 뒤통수를 크게 칠 사람이라서다." 차마 이렇게 말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래서 내 딴엔 예의를 갖춰 완곡하게 거절하려한 것이 그만, "M씨와 여태 한 번도 같이 일을 해 본 적이 없으니, 서로에게 좋은 팀 멤버가 될 것 같지 않은 것이 이유다." 대략 이렇게 버벅거리며 앞뒤가 안 맞는 변명을 했다. 내가 의도했던 완곡한 거절은커녕 말을 하고 나니 "저 사람 저거 아주 뱀 같은 사람이라 내 같이 일하고 싶은 마음 추호도 없소이다."라며 내 속마음을 드러낸 뉘앙스가 되어 버린 거다. 어찌 나는 남들 다 잘 하는, 돌려 하는 말 한 마디를 할 줄 모른단 말인가.

결국 다른 사람을 지목해 마무리 지어져 내가 갇힌 당황스런 상황을 벗어나긴 했지만 후에 생각해도 처리가 매끄럽지 못했다. 회의가 끝나고 M씨에게는 정식으로 사과를 했다. 너에 대해 아무런 개인 감정이 없으며, 단지 내가 그 일을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니, 깊은 이해 바란다며.

어쨌거나 M씨와 같이 일하지 않게 된 것은 다행이다. M씨에게는 이런 면도 있다. 누군가 '예스냐 노냐'로 답이 가능한 아주 간단한 질문 하나를 M씨에게 한다 치자. 그 질문을 받은 M씨는 절대로 답이 예스인지 노인지를 말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 질문과 전혀 상관없는 장광설을 늘어 놓지 않으면 다행이다. 질문자는 결국 그의 답이 예스인지 노인지를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그가 이 질문을 이해했는지 조차도 알 수 없다. 그가 왜 그러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추측이 가능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에게서 아무 것도 얻는 게 없다는 것이다. 누구든 그에게는 주기만 해야 한다. 남이 일한 것도 어떻게든 빼앗아 자기 것으로 만드는 희한한 재주도 갖췄다.

그게 M이란 사람이 사는 방식이다. 나 같은 사람은 그와 단 오 분만 얘기를 해도 반 쯤은 미치광이가 되어 돌아서게 되니, 그와 한 팀이 되어 일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내게는 없는, 하늘이 그에게만 내려주신 특별한 재능이라 아니할 수 없다. 구르든, 뛰든, 혹은 날든, 다 살게 마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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