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ping@theWorld/Days in Ohio 2012/12/27 10:11 WallytheCat
오늘, 올 들어 세 번째 눈이 내렸다. 지난 시월 말에 이른 첫눈이 내려 나를 공포에 떨게 하더니, 내내 포근한 날이 계속 되어 줄곧 비만 오더니, 웬걸, 눈이 한 번 오더니, 사흘 만에 다시 오신다. 종일 펑펑 쏟다, 쉬다 했다. 학교들도 모두 휴교를 하고, 내 집에 새 유리창 몇 개를 설치하려던 일정도 취소 되었다. 두어 달 전 상담하고 크기를 재어 맞춘 것인데, 성탄절 끝나고 그 다음날 오겠다더니, 기어이 눈 오는 날로 날을 제대로 잡은 꼴이 되었다. 어제 미리 유리창들의 블라인드며 커튼을 다 떼어 내어, 마치 이사갈 집 마냥 휑하게 하루를 보냈다. 시각적으로만 휑한 것이 아니라 삼십이 년 묵어 삐딱해진 유리창들 사이로 실제로 찬바람이 솔솔 새어 든다. 그 휑한 창문을 통해 종일 내리는 눈을 보고 또 보았다. 유리창 설치가 내일도 불가하다면, 며칠 동안 커튼도 없이 지내게 생겼다.
밖에서 일하는 이들 중 가장 걱정되는 이는 시골에서 우편배달부로 일하는 둘째 시누이였다. 시누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이 시골 우편배달 일은, 겨울이면 그 거친 날씨 탓에 위험 가능성을 내포한 직업군으로 변한다. 오늘 첫 번째 눈 속에 차가 박혔을 때는 어떤 집에서 사람이 나와 도와주어 빼내었고, 그 후 두 번째 박혔을 때는 차를 도저히 빼낼 수가 없는 상황이라 견인차를 불러 해결했단다. 날도 궂은 날, 시누이가 문짝도 안 달린 우편배달차를 몰며 우편 배달 일을 하고 있을 때, 나는 따뜻한 집안에 앉아 편안하게 눈 내리는 걸 구경하고 있었다는 게 미안했다.
눈이 오면 청솔모며 다람쥐들은 어딘가에 숨어 쉬는 줄 알았더니, 제법 여러 마리들이 여전히 나무 위를 오르락거리며 뭔가를 주워 먹고 있다. 산다는 건, 그 어느 누구에게도 결코 녹록한 일은 아닌 것이다.
<Wednesday 12/26/2012, Ohio, U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