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UAE

강우량이라 했느뇨

WallytheCat 2018. 11. 21. 17:56

Peeping@theWorld/Days in UAE 2008/05/06 22:31 WallytheCat







아침. 창 밖의 날씨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 캄캄해진데다가 바람까지 미친 듯이 불어댄다. 헐렁한 모래땅 속에 헐렁하게 발 디디고 선, 주는 물을 매일 얻어 마셔 머리통만 잔뜩 키운 나무들은 송두리째 뽑힐 듯 불안해 보인다. 어느 순간 천둥 소리까지 들린다. 마른 하늘에 번개라더니 이  무슨 일인가 싶어 문을 열고 밖을 내다 보니, 비가, 빗방울이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고 있었다.

오전 8시 20분.

5월에 비... 이런 일은 없는 거인디. 세상에 없을 일이란 없는 거란 한 마디 던져 주러 왔다는 듯, 세상 속엔 영문법 마냥 숨겨진 예외가 더 많은 법이라는 듯, 그렇게 비가 내리고 있었다. 삼십 분도 아니고 십 분도 아니고 단 몇 분일 뿐이었지만. 메시지의 의미는 알겠다 치겠다만 단 몇 분이라니... 적시다 말았다. 아쉽다.

아침 먹으러 가자고 친구네 집에 갔더니, 그 집 앞에 유리병 하나가 놓여 있다. 웬 거냐고 물으니, 5월에 비라니, 하도 이상하고 신기한 일이다 싶어 강우량을 재려고 내어 놓았다나. '강우량'이란 거창한 단어를 듣자, 그 친구가 어찌나 천진해 보이던지 한참을 웃었다. 몇 밀리미터쯤 되더냐고 물으니, 금세 다 증발해 버려 모래 먼지만 들었더라고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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