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Ohio

늦여름 옥수수 저녁

WallytheCat 2018. 11. 25. 00:56

Peeping@theWorld/Days in Ohio 2015/08/24 11:11 WallytheCat


기억이란 게 늘 그렇듯, 내내 잘 숨어지내다가 가끔씩 전혀 예상치 않은 시간에 수면 위로 슬쩍 떠오르곤 하는 단편들이 있다. 뜬금없이 어릴 적 이웃집에서 몇 번인가 얻어 먹어본 적 있는 옥수수(강냉이)밥이 생각날 때가 있다. 지금은 얼굴도 목소리도 전혀 기억에 없는 이웃집 아주머니의 "어릴 적 먹던 음식이라 생각날 때가 있어 만들어 먹는다"며 가져와 하신 말씀 한 마디와 함께.

다른 식구들은 그 밥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이었던 것 같다. 내겐 그 밥이 무척 맛있을 뿐 아니라, 달고 차진 옥수수 알갱이가 밥알 속에서 톡톡 터지던 독특한 체험이 나름 신선한 충격이었던 듯도 싶다. 늘 먹던 쌀, 잡곡, 혹은 콩 따위가 아니라 옥수수를 넣어 밥을 지을 수 있다니, 굉장하다 싶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정말 다시 먹고 싶은 거였다면 인터넷에서 조리법을 뒤져 시도해 볼 만도 한데, 여지껏 한 번도 그리하지 않은 걸 보면, 그저 그 좋았던 맛의 아련한 기억으로 남겨 두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옥수수로만 매끼를 먹어도 살 수 있을 것처럼 평생 열렬하게 옥수수를 좋아해 왔건만, 지난 두어 해, 여름이 되어도 예전처럼 옥수수를 기다리지 않았던 걸 보면, 살기에 바빠서라기 보다는, 옥수수에 대한 나의 애정이 다소 식은 탓 아닐까 싶기도 하다. 팔월 하고도 한참을 지난 지금까지 어째 그 좋아하는 옥수수를 한 번도 먹을 생각을 하지 않느냐며, 어느 날 남편이 스위트콘을 사가지고 와 먹으란다. 예전엔 대략 네다섯 개를 먹어야 만족했는데, 이제 애정이 식어 그런지 달랑 세 개 먹고 말았다. ㅎㅎ 


<Thursday 8/20/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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