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도 더 된 기억 하나가 떠오른다. 미국에 간 것도 처음이었고, 오하이오 주의 쨍한 겨울 추위를 접한 것도 처음이었다. 도시도 아닌 한적한 시골인 데다 사람도 물도 음식도 심지어 언어까지도 낯설었다. 며칠 지내다 보니 밥과 김치 생각이 굴뚝 같이 들었던 기억도 난다. 그러던 중 새해 첫날 아침식사에 초대받아 셋째 시누이 집에 갔다. 그 집에 들어서자 몹시 익숙한, 마치 시어 터진 김치로 끓인 듯한 김치찌개 냄새가 온 집안에 가득한 것 아니겠는가. 알고 보니, 그 집에서는 새해 첫 식사로 사우어크라우트에 돼지갈빗살을 넣어 함께 끓인 걸 먹곤 하는데 바로 그 냄새였던 것이다. 고춧가루 대신 후춧가루 팍팍 뿌려 정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대개 사우어크라우트는 병에 담긴 걸 마트에서 사다 쓰는데, 아무리 유명한 브랜드라 해도 그리 맛있던 기억은 없는 것 같다. 우선은 이미 푹 익힌 듯 물컹하게 씹히는 양배추가 그리 매력적이진 않다. 참고 먹을 만한 맛 정도라고나 할까.
몇 달 전부터 사우어크라우트를 직접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흰색 양배추야 흔한 것이지만 붉은색(자주색) 양배추로도 사우어크라우트를 만드는 지는 몰라 이리저리 인터넷을 뒤지던 중 적당한 요리법을 하나 찾았다. 흰색이든 자색이든 아무 양배추나 혹은 섞어 써도 된다는 걸 알았다. 재료는 양배추와 바다소금, 딱 두 가지다.
- 양배추를 크게 몇 등분해, 5-10분 식초물에 담가 둔다.
- 물에서 건져 건조한 후, 골패썰기로 대충 썬다. (가늘게 채로 써는 것보다 훨씬 아삭하다.)
- 10분간 소금에 절인다 (소금양: 양배추 무게의 2%)
- 손바닥을 이용, 빨래하듯 5분 정도 박박 주무른다. (이때 맨 손가락을 쓰면 손톱 밑이 다 상한다.)
- 열탕 처리한 유리병에 공간 없이 꾹꾹 눌러 넣되 병의 70%만 채운다. (70% 이상 채우면 며칠 지나 발효되면 반드시 넘친다.)
- 양배추가 모두 잠기도록 채즙을 나눠 붓는다.
- 발효 과정: 유리병을 매일 살피며 혹여 넘칠 것 같으면 병을 한 번씩 열어 공기를 빼낸다. 지난번엔 상온에서 나흘 정도 발효시켰는데, 신맛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엿새 푹 발효시키니 신맛이 나며 훨씬 맛있다. 충분히 발효된 후 냉장고에 넣어 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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