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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매주 한 번씩 가던 요가 수업을 피치 못할 이유로 두어 주 빠졌더니 몸이 좀 뻣뻣한 느낌이 드는 건 뭔가. 기껏해야 4-5명 혹은 6-7명 되던 인원이 갑자기 날이 추워져 더 줄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웬걸, 이 요가원에 다닌 이래 처음 보는 무려 16명이라는 군중이 그 수업에 왔으니, 강사까지 합하면 도합 17명이 한 공간에 있는 것이었다. 너무 숨이 막히는 것 같아 수업을 시작하자마자 그냥 나와 버릴까도 잠깐 생각했었다. 한데 요가 강사와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은 데다, 요가 매트며 수업에 필요한 이런저런 도구들을 주위에 늘어놨으니 이미 시작된 수업 중에 그걸 치우고 나올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냥 꾹 참고, 가능하면 눈을 감고 수업에 임했다. 이제 가능하면 일요일 오전 수업에 가지 말고, 금요일 오전 ..

Days in Ohio 2024.11.25

마루 공사 2024

작년 여름,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즐겁게 지하실 바닥을 새로 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런 일을 업으로 한다면야 매 순간을 즐길 수는 없음을 잘 안다. 무릎을 선두로 몸 이곳저곳의 관절들의 괴로운 외침을 외면할 수 없을 때가 분명히 올 것이므로. 업으로 하는 일이 아니라 매 과정을 다 기억할 수는 없으니 또다시 새로이 배우고 기억을 되살려야 하는 부분이 단점이라면 단점일 수도 있겠다. 게다가 지난번 지하실 작업은 비닐장판 조각들을 퍼즐처럼 맞추는 일이라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100% 나무로 된 마루(두께: 3/4")를 까는 일이라 새로 배워야 하는 일이 많은 데다 힘도 좀 써야 했다. 난이도에 관한 걱정 때문에 작업이 용이한 다른 형태의 마루로 공사를 할까도 여러 번 망설였지만 일단..

Days in Ohio 2024.11.25

미 대통령 선거 2024

바로 얼마 전 투표한 것 같은데 어느덧 다시 4년이란 시간이 흘러 또다시 대통령 선거일이 다가온다. 11월 첫 번째 화요일이니 올해는 11월 5일이다. 날씨도 추워질지 모를 투표 당일 되어 긴 줄에 서서 고생하느니, 부재자 투표를 하는 게 속 편하다. 투표소에서 받으면 잘 받았다고 문자로, 이메일로 알려주기까지 하니 불안할 것도 없다. 지난 토요일 오후, 그래도 혹여나 싶어 우체국에 가지 않고 투표소 앞에 비치된 투표함에 가 직접 넣고 왔다. 좋은 결과 있기를...

Days in Ohio 2024.10.22

토마토 퓨레 혹은 퓌레(Puree)

시어머님 살아계실 적이니 벌써 오래전이긴 하다. 서늘하고 어두운 시댁 지하실 벽면에 갖가지 병조림 병들이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그걸 보면서 살짝 실험실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 단 한 번도 직접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적은 없던 것 같다. 요즘 들어 건강을 좀 챙겨야겠다는 마음으로 사우어 크라우트 두 번, 검은콩 두유 세 번, 그리고 토마토 퓌레를 만든 것 역시 세 번째다. 토마토 퓌레는 전립선 건강을 위해 남편이 주로 하루에 한두 컵씩 마시는데, 두유는 싫은 기색이 역력한데 토마토 퓌레는 그래도 맛이 나쁘지는 않은지 매일 열심히 마시는 눈치다. 그 용도 외, 때로 파스타 먹을 때 소스에 섞어 쓰기도 하는데, 집에서 만든 퓌레가 상점에서 산 토마토 소스보다 월등하게 ..

Food & Recipes 2024.10.15

뒷마당 정리

마지막으로 잔디를 깎은 게 지난 8월 11일이니 벌써 두어 달이 넘었다. 올해 우리 집 마당 잔디를 깎기 위해 고용한 열여섯 살 조카의 얼굴을 못 본 지도 벌써 두어 달이 되었다는 의미다. 고용하기 전에 물으니, 잔디 깎는 일은 딱 한 번 해봤는데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줄까지 잘 맞춰 아주 야무지게 잔디를 깎아 놓곤 해서 살짝 감동하기도 했다. 잔디를 다 깎고 난 후 블루베리 스무디를 만들어 주면 어찌나 좋아했던지도 기억난다. 그 애가 오지 않은 후로 블루베리 스무디를 만든 적이 없으니 블루베리 스무디를 마신지도 두어 달이 넘었다.오하이오에 살며 올해 같이 심한 가뭄을 경험한 건 처음 같다. 오하이오에서 평생 산 사람들도 이런 가뭄은 처음이라는 말들을 했다. 비가 올 거란 예..

Days in Ohio 2024.10.15

꽃을 받다

할 일을 했을 뿐인데, 고맙다는 인사로 화병에 담긴 꽃다발을 받았다. 가끔 마트에서 사 온 꽃다발을 받곤 하지만 이번에는 본인이 직접 만든 꽃다발을 받았다. 멀지 않은 곳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플로리스트다. 오하이오에 살며 이렇게 마음에 쏙 들게 아름다운 꽃꽂이는 처음 보는 것 같다. 화려하면서 품위 있게 우아한 꽃들은 완벽해 보인다는 이유로 모두 조화(造花)로 보이기까지 했다. 전체적으로 브이(V)자 형태로 꽃을 배치해 메모를 적은 카드가 가장 눈에 잘 뜨이는 중앙의 빈 공간에 배치된 아이디어도 돋보인다. 모두 이 근방에서 생산되는 꽃들이라고 메모에 적혀 있다. 오하이오에서 이렇게 어여쁜 꽃들을 생산하기도 하는구나 싶었다. 앞으로 꽃 선물할 일 생기면 꼭 이 꽃집에서 주문하리라 마음먹는다. 아무리 들여다..

Days in Ohio 2024.09.25

사우어크라우트(Sauerkraut)

수십 년도 더 된 기억 하나가 떠오른다. 미국에 간 것도 처음이었고, 오하이오 주의 쨍한 겨울 추위를 접한 것도 처음이었다. 도시도 아닌 한적한 시골인 데다 사람도 물도 음식도 심지어 언어까지도 낯설었다. 며칠 지내다 보니 밥과 김치 생각이 굴뚝 같이 들었던 기억도 난다. 그러던 중 새해 첫날 아침식사에 초대받아 셋째 시누이 집에 갔다. 그 집에 들어서자 몹시 익숙한, 마치 시어 터진 김치로 끓인 듯한 김치찌개 냄새가 온 집안에 가득한 것 아니겠는가. 알고 보니, 그 집에서는 새해 첫 식사로 사우어크라우트에 돼지갈빗살을 넣어 함께 끓인 걸 먹곤 하는데 바로 그 냄새였던 것이다. 고춧가루 대신 후춧가루 팍팍 뿌려 정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대개 사우어크라우트는 병에 담긴 걸 마트에서 사다 ..

Food & Recipes 2024.09.11